베르니니는 젊었을 때부터 열정적인 감각과 역동적인 표현으로 미술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는 극적인 한순간의 포착에 뛰어났는데 그런 의미에서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變身)'에 나오는 '아폴로와 다프네'는 그의 예술가적인 재능을 가장 잘 발휘하게 한 소재였다. 이야기는 사랑의 신 큐피드에서 시작된다. 큐피드는 아폴로에게 황금빛 화살을 쏘아 아름다운 요정 다프네를 사랑하게 한다. 그러나 다프네는 큐피드가 쏜 납 화살을 맞아 아폴로의 구애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술에 걸렸다.
- ▲ '아폴로와 다프네'
아폴로 신이 다프네를 쫓아가 거의 손이 몸에 닫는 순간, 더 이상 피할 수가 없게 된 다프네는 강(江)의 신인 아버지 페네오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페네오스는 다프네를 월계수로 변하게 한다. 다프네의 머리카락 일부는 이미 이파리가 있는 나뭇가지로 변하고 발은 뿌리가 되어버렸다. 피부, 나무껍질과 옷자락의 섬세한 묘사와 같은 조각기술의 극치는 실제 여성의 신체가 우리 눈앞에서 나무로 변신하는 것을 보는 것 같은 신빙성을 준다. 이 두 아름다운 남녀의 몸은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오른쪽 위로 향하면서 공간을 침투한다.
이 주제를 의뢰한 사람은 스키피오네 보르게제 추기경이었다. 이미 화가 카라바조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그는 추기경 입장에서는 매우 세속적인 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 '아폴로와 다프네'를 로마에 있는 자신의 개인 빌라에 놓고 감상했다. 이 빌라가 현재 미술관이 된 갤러리아 보르게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