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누드 미술과 검열
- ▲ 로버트 매플소프
영국의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영어에서 '누드'와 '네이키드(벌거벗음)'의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누드'는 문화적인 용어이고 '네이키드'는 옷을 벗고 있을 때 남이 보면 창피하게 느끼는, 일상적인 용어라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대로부터 수없이 제작되어 온 누드 작품들이 모두 문화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의 조각가 프락시텔레스가 제작한 '비너스'는 크니도스섬에 있었는데 아주 아름다워 밤에 선원들이 몰래 찾아가 껴안았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최근의 페미니스트 미술사학자들은 비스듬히 누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한 여성 누드들은 남성화가들뿐이었던 당시, 남성의 시선으로 그린 것이며, 언제든지 쉽게 소유할 수 있다는 환상을 준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인간의 벗은 몸은 현대미술에서도 끊임없이 미술가들의 집요한 추구 대상이 되었다. 1970년대에 미국의 사진작가 로버트 매플소프는 동성애자, 성전환자들의 누드를 많이 찍었다. 신체를 고전적인 균형과 당당함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언더그라운드 잡지에서나 다루던 이러한 주제들을 사진작가의 예술작품으로 전시한 것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교하고 매혹적인 꽃이나 인물 사진도 제작했던 매플소프였지만 그의 이름은 늘 이러한 논쟁과 연관되었다.
매플소프가 1989년 42세의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하고 1년 후, 국립예술기금의 지원을 일부 받았던 그의 개인전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자 워싱턴 DC의 코코란 갤러리는 전시를 취소해버렸다. 이런 조치에도 공화당의 보수강경파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은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전람회는 윤리적으로 적절한 선을 지켜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검열이라는 반대 성명을 내며 크게 반발했다. 최근 미술관들이 국가보다 개인의 지원금에 크게 기대게 된 것도 이러한 여파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다. 클라크의 말대로 누드를 단지 문화적으로만 바라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好學의 自由 > 만화.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71] 아폴로와 다프네 (0) | 2012.03.19 |
---|---|
[70] 봉헌자 롤랭의 초상 (0) | 2012.02.25 |
[68] 니케 상 (0) | 2012.02.25 |
[67] 마티스의 '생의 기쁨' (0) | 2012.02.25 |
[66]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 (0) | 2012.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