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마당] 어리숙하다와 어수룩하다
"아들아, 밍기적거리지 말고 빠진 것 없는지 가방 잘 챙겨서 얼른 가야지.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재미있게 잘 놀다와."
"아빠, 제가 그렇게 어리숙하게 보여요? 아빤 엄한 아들만 자꾸 보채는지 모르겠네…."
수학여행 떠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잘 다녀오라고 당부하자 아들 녀석은 저를 못 믿는 듯한 아버지 말씀이 못마땅한가 보다. 아들은 행동을 재빠르게 하지 못해 아빠에게 `밍기적거린다`는 핀잔을 듣고서는 제 소지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어리숙한` 사람 취급한다며 `엄한` 아들만 보챈다고 살짝 짜증을 낸다.
우리는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저도 모르게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많이 쓰곤 한다.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조금 큰 동작으로 자꾸 게으르게 행동하다`를 뜻하는 단어는 `밍기적거리다`가 아니라 `뭉그적거리다`이다. 발음이 비슷해 잘못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또 `어리숙하다`는 `어리석다`와 형태가 비슷해 많이 잘못 사용하는 단어다. `말이나 행동이 매우 숫되고 후하다, 되바라지지 않고 매우 어리석은 데가 있다, 제도나 규율에 의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매우 느슨하다`를 뜻하는 바른말은 `어수룩하다`이다.
우리말은 하면 할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것 같다. `엄한 놈` `엄한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는데,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 또는 엉뚱하게 느껴지는`을 뜻하는 말은 `애먼`이다. `애먼 짓` `애먼 사람` 꼴로 쓰면 되겠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까봐-틀린 말을 자주 많이 쓴다. 이러한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바른말을 찾아 쓰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564주년 한글날이 다가왔다. 우리 말글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되고 항상 우리와 함께하지만 그 의미나 중요성을 간과할 때가 많다. 한글날을 맞아 다시 한번 우리 말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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