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교회소식]본이 되는 교회

<16> 안성성결교회

好學 2011. 11. 17. 21:32

<16> 안성성결교회

 

 

경기 안성시 봉남동 언덕에 위치한 안성성결교회는 주변 풍광이 빼어나 사진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1917년 설립된 이후 선교와 사회복지에 힘쓰며 지역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 출신의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다. 안성성결교회 제공

《‘안성맞춤 꽃 직매장’ ‘안성맞춤 농협’ ‘어서 오십시오. 안성맞춤의 도시입니다’. 9일 오후 찾은 경기 안성시는 정말 ‘안성맞춤’의 고장이었다. 거리에 내걸린 간판과 플래카드, 조형물마다 이 말이 빠지는 곳이 드물었다. 그러나 적어도 10년여 전까지 이곳 소외 계층에게는 ‘안성맞춤’이란 말이 공허한 관용구에 불과했다. 노년층과 다문화가정 등이 산재한 이곳에서는 변변한 공인 복지시설 하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1년 마침내 지자체가 인가한 복지시설인 안성종합사회복지관이 들어섰다. 그 뒤에 안성성결교회(기성 교단)가 있었다.》


안성종합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탔다. ‘안성성결교회’라는 말에 갸웃하던 기사는 “복지관 있는 교회 아세요?”라고 말하자 가속페달을 밟았다. 안성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비봉산 중턱에 위치한 교회는 예배가 없는 평일 오후인데도 장·노년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을 데리고 복지관 지하로 내려가던 도광자 씨(48·여)를 만났다. 도 씨는 “광명에서 살다 안성에 장애인복지관이 세워진다는 말을 듣고 이사했는데 건립이 늦어져 발만 구르다 이곳 복지관을 알게 됐다”며 “아들이 여기서 제과제빵기술을 배우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요즘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1917년 설립된 이 교회는 올해로 만 94년을 맞은 ‘안성 터줏대감’이다. 교인을 제외하고는 위치가 좋고 꽃이 예쁘게 피는 이곳에 졸업사진을 찍으러 오는 인근 학교 학생들이 여기를 찾는 이들의 전부였다.

이 교회는 2001년 복지법인 성결원을 세웠다. 1997년 부임한 구자영 담임목사는 법률자문을 하고 지자체를 오가며 그해 11월 안성종합사회복지관을 개관했다. 교회는 용지를 내놓고 복지관 건축비도 부담했다. 현재 운영비는 지자체 지원과 기업체 후원을 받고 있지만 교회가 후원비 명목으로 많은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복지관을 드나드는 이들을 만나보면 ‘교회의 입김’을 느끼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관과 문 하나만을 사이에 둔 교회가 선교라는 깃발을 거두고 한 발짝 물러서 있기 때문이다.

이곳 복지관의 사업은 계층별로 세분돼 있다. 60세 이상 노년층은 재교육 센터인 ‘매화학당’을 매 학기 300명이 이용한다. 붓글씨와 노래부터 태권도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여기서 배운 ‘전공’은 재능 기부로 이어진다. 지역 내 다른 수용시설을 찾아 봉사하는 ‘노노케어(老老care·노인이 더 불우한 노인을 살피는 것)’다.

노래 연습실에서 만난 계난숙 씨(78·여)는 “언어장애가 있는 다른 노인이 우리가 불러주는 ‘나그네 설움’ 같은 노래를 더듬더듬 따라 부르다 결국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나도 노인이지만 다른 노인을 도울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 된다”고 했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도 이곳의 자랑이다. 복지관의 임선희 차장은 “안성 내에만 다문화가정이 8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언어와 문화 적응훈련을 방문교육 사업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에는 ‘바람나는 것 아닐까’ 싶어 아내를 ‘미행’하던 한국인 남편들이 이곳 프로그램이 좋아 함께 수강하기도 한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이 밖에 복지관은 노년층을 위한 놀이방 격인 주간보호센터, 이동목욕차, 물리치료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

교회는 나눔을 나라 밖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케냐, 브라질, 멕시코, 알제리, 네팔 등 이른바 제3세계 국가에 지금까지 19개 교회를 설립했다. 내년 1월에는 인도에 20번째 해외 교회가 들어선다.

지난해에는 시 인근 9900m²(약 3000평) 용지에 수목장(樹木葬)을 위한 터인 ‘성결낙원’을 조성했다. 수목장은 묘지와 납골당의 한계를 넘어 나무 주위에 화장한 유골함을 묻어 묘역 포화 현상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신도들만이 대상이지만 장례문화 선도에 앞장서겠다는 교회의 의지를 담았다. 구 목사는 “교회의 첫째 사명은 죽어가는 영혼, 절망에 처한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복지가 화두이지만 돈만 쏟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사랑 나눔의 정신이 절실하죠. 교회가 선교를 내세워 예수님의 사랑을 교조적으로만 외치는 건 공허합니다. 시민과 공생하며 섬김을 실천하는 게 교회의 몫입니다.”
   

▼구자영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황대식 원로목사▼

“모든 사람에게 주님께 하듯 대하라”

서울 상도성결교회의 황대식 원로목사(83)는 내게 멘토, 그 이상의 존재다. 1967년 군에서 제대한 뒤 졸업을 앞둔 정치학도였던 나의 꿈은 외교관이었다. 이 교회의 담임목사였던 황 목사는 내게 목회의 길을 권유했다. 하루빨리 취직하는 게 부모의 빚을 갚는 길이라 생각했던 나는 솔직히 3년간 도망 다녔다. 결국 35세의 나이에 늦깎이로 신학대학원에 발을 들였다. 나의 진로보다 더 큰 가르침은 따로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우리 주님께 하듯이 하라.” 늘 정직하고 복음에 강한 열정을 지니셨던 그분의 말씀이었기에 마음에 더욱 새겨졌다. 직접 목회를 하고 봉사에 관여할수록 이 말씀은 더욱 깊이 각인됐다. 이는 여전히, 또 앞으로도 사람과 일을 대하는 나의 전범(典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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