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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전 전북지사 부인 김윤아 목사의 행복론

好學 2011. 10. 4. 20:34

유종근 전 전북지사 부인 김윤아 목사의 행복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평민당(민주당 전신) 초대 여성국 차장,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아내. 초라함과는 거리가 먼 김윤아(48) 목사의 이력이다.

하지만 2002년 남편의 갑작스런 수감은 격랑의 인생 속으로 그녀를 몰아갔다.

화려한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목회자가 되기까지 파란 많았던 그녀의 인생 역정을 들어봤다.

“나이에 비해 역경이 무척 많으셨군요?”

4일 기자의 질문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지금 굉장히 행복해요.

물론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남편은 제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인생 동반자입니다.”

혹시 공직에 있었던 남편의 체면을 의식한 발언이 아닐까 궁금했다. “한때는 이러다가 남편과 자기 자신을 망친 맥베스의 부인 같은 여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고난이란 방법을 통해 그 모든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셨어요.”

남편은 1992년 초대 민선 전북지사가 됐다. 공직자의 아내로 사는 것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당시 34세의 젊디젊은 ‘도지사 사모님’이었다. ‘나 때문에 남편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말도, 행동도 조심했다. ‘어린 나이에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스스로 불안해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야당 도지사는 늘 정권의 감시 하에 놓여 있었다. 집안 전화는 늘 도청이 됐다.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그녀는 매일 장염 약을 먹어야 했다. 남편과 서원기도를 했다. 딱 10년만 공직의 삶을 살고, 그 후부터는 선교의 삶을 살기로.

10여년 후인 2002년 2월, 둘째 주영이를 낳고 한 달여 만이다. 남편은 선교사 대신 수감자 신세가 됐다. 뇌물수수 혐의였다. 충격은 컸다. 주위는 하루아침에 변해버렸다. 유 지사를 따르던 무수한 사람들은 어느새 썰물처럼 사라져 버렸다. 가까웠던 비서들도 어느새 유 지사를 향해 거짓 증언을 하거나 자취를 감췄다. 제자들로부터 버려진 채 홀로 남은 예수님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비로소 절감했다. 유 전 지사는 출감과 수감을 반복하며 4년반 동안 교도소 신세를 졌다. 하지만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기에 당당하게 수감생활에 임했다.

둘째아기를 막 해산한 아내로서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갓난아기와 자폐 증상이 있던 첫째 딸 예지, 수감 중인 남편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장애아 딸과 옥고를 치러야 했던 딸을 생각하면 지금도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그 고통의 세월은 김 목사에게 오히려 축복이 됐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남편 수감과 함께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영등포교도소에 있던 남편을 면회하고 예배드리기엔 안성맞춤의 거리였기 때문이다. 성령 체험을 한 것도 그때였다. 양평의 한 금식기도원을 찾았다. 기도원을 찾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광신도들만 가는 곳이 기도원이라고 생각했던 터이다. 기도원 바닥에 철퍼덕 무릎을 꿇었는데 잠시 뒤 누군가가 “왜 이제야 왔니?”라고 속삭였다. 뒤를 돌아봤지만 어두컴컴한 기도원엔 아무도 없었다. 그때 환상 속에서 바늘귀처럼 작은 구멍 속으로 한 여자아이가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고등학교 수련회 때 주의 종이 되겠다고 서원했던 김 목사 자신의 모습이었다. 또다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남편,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눈물 많이 흘렸지? 너는 널 위해 피눈물을 흘렸단다. 이제 날 위해 살지 않겠니?” 그녀는 3개월을 펑펑 울면서 기도원 생활을 했다.

2002년 가을, 그는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2007년엔 ‘내 양떼를 먹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믿고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 교회를 개척했다. 2009년 그녀는 다시 ‘내 일을 위해 준비하라’는 말씀에 의지해 귀국했다.

김 목사는 현재 평택대 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유 전 지사는 지난해부터 파주의 한 도너츠회사 회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김 목사와 유 전 지사의 가슴속 응어리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김 목사는 “남편을 고소했던 사람들의 이름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싹 잊혀졌다. 전부 다 용서가 됐다”고 말했다. 유 전 지사는 5일 오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장로 장립식을 갖는다.

두 사람의 소원은 20여년 전 서원을 갚는 것이다. 자폐아를 위한 교회와 학교를 설립해 자폐아 선교를 감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