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子의 ‘항산 항심론(恒産 恒心論)’과 資本主義 精神
동서양의 성현 중 맹자(孟子)만큼 의연하고 당당하며 논리정연한 분이 없다.
맹자는 아들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자녀교육 치맛바람의 원조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공자 다음가는 유가의 아성(亞聖)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필자는 맹자가 유약하고 권력에 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맹자’의 양혜왕장구 상편(梁惠王章句 上編)을 열었는데 예상과 달리 맹자는 그렇게 기개가 있고 당당하고 추상같을 수 없었다.
양혜왕이 “천리를 멀다 않고 이곳에 오셨으니 우리나라에 이익이 될 만한 것을 이야기해 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나는 오직 인의(仁義)만을 이야기할 뿐입니다”라고 준열히 꾸짖었다.
양혜왕은 국익인 부국강병에 관심이 있었는데 맹자는 인의를 이야기할 뿐이라고 했으니 두 사람이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맹자가 개인적 윤리인 인과 사회정의인 의의 실현만을 추구한다고 했기 때문에 맹자는 경제 문제인 이익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맹자만큼 경제를 중시한 유가 사상가도 없다.
맹자는 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백성의 이익, 즉 경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부민론(富民論)을 제시했다.
맹자의 인의론은 백성의 이익 실현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현실주의 이론이었다.
2400년 전에 이미 맹자는 “국민이 경제적으로 더 부유해질수록 민주주의가 더 잘 지속될 수 있다”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관한 ‘근대화론’ 가설을 세웠고 이를 증명했다.
의식주 넉넉해지면 ‘義’실현
맹자의 자본주의적 민주화론의 가설은 ‘항산 항심론(恒産 恒心論)’이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군주는 가벼운’(民爲重 君爲輕) 민본주의(民本主義)를 주장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백성이 먼저 항산(恒産), 즉 생업에 종사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들의 경제적 기반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항산으로 백성들의 의식주(衣食住)가 넉넉해지면 그들은 절로 예의범절을 지키고, 서로 관용하고, 용서하고, ‘변하지 않는 도덕심’(恒心)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맹자는 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이를 먼저 극대화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항산 항심론에서 설파했다.
맹자는 정전법(井田法), 십일세론(十一稅論)과 같은 민생정책을 통해 군주는 백성들의 항산을 보장하고 그 바탕 위에서 항심을 가진 공민(公民)을 육성함으로써 ‘백성들과 즐거움을 같이하는(與民同樂)’ 민본주의적인 유교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자의 항산 항심론에 기반한 자본주의 정신이 오늘날에 더욱 빛나는 이유는
첫째, 맹자가 복지 자본주의의 논리를 근대 자본주의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제시했다는 것이다. 맹자의 항산론은 오늘날 유행하는 근로복지론(workfare)과 비슷하다. 군주는 백성들을 전쟁터로 내몰지 말고 열심히 농사, 어업, 임업에 종사하도록 보장해 주면 ‘퍼주기’ 복지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백성을 부양할 수 있고 부양된 백성은 공민의 도리를 다한다는 것이다.
둘째, 맹자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부합하는 친환경 경제이론을 농경시대에 제시했다. 맹자는 양혜왕에게 촘촘한 그물로 잡어까지 남획하는 것을 금지할 것과 벌목 시기를 제한하면 어업과 임업이 모두 지속 발전할 수 있다고 설파하였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발전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 맹자는 녹색 자본주의의 원조이다.
셋째, 맹자의 부민론은 세계화 시대에 잘 맞는 자본주의 이론이다. 세계화 시대에는 기업과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경쟁한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교육복지(learnfare)를 통해 ‘국민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국가는 부유하나 국민은 가난한 일본이 세계화 시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맹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항산론, 근로복지론과 비슷
마지막으로, 맹자는 ‘도덕적 자본주의’(moral capitalism) 이론을 제시했다. 근대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적 이익 추구의 극대화를 기본 동력으로 본다. 그러나 맹자는 항산과 부민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고 단지 인의의 실현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라고 보았다.
그런데 인의가 발현되는 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남의 아픔을 보고 참지 못하는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예수님이 팔복의 하나로 설교한 ‘애통해하는 마음’, 루소가 이야기한 ‘동정심’과 비슷하다.
맹자는 항산을 통해 부민이 되면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불인인지심이 생기고 그에 기반하여 공동체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인의의 공동체가 지속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의 시장만능주의가 공동체의 분열과 해체, 환경 파괴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이때 신자유주의 대안이 무엇인가를 맹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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