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내려놓기

好學 2011. 9. 9. 20:59

내려놓기 
     
 
비행기가 자의에 의해 내려오면 착륙이고 자의에 반해 내려오면 추락이라고 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자신의 인생을 안전하게 착륙시킬 것인가, 아니면 추락시킬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공직의 길 36년. 말 그대로 산전수전, 공중전, 시가전, 특수전, 파병전 등을 거쳐 왔다.
이제는 6학년 졸업반이 되어 나이 60에 졸업할 날이 멀지 않았다.

안전하고 행복한 착륙을 위해 내려놓고 내려가야 할 때이다.
산을 오를 때는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정상만 바라보면서 오르지만, 려올 때는 산 아래 내가 돌아갈 세상을 바라보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낮은 자세로 내려와야 한다.

히말라야에서 조난자가 내려올 때는 살아남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빼고 모두 내려놓고 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가 높이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운 것처럼 버린 손이 큰손이며 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과거부터 버려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 태어난 갓난아이 같이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직함을 버리고 순수한 자연인이 되어야 한다.

어제를 버려야 오늘을 맞이할 수 있고 오늘을 버려야 내일로 나갈 수 있다.

모든 인생은 계속해서 오를 수만은 없다. 그래서 미리미리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

오르면서 내려갈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내려오는 길을 잃어 방황할 수 있다.


옛날 고려장 이야기 중에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속으로 가는 중에 어머니가 나뭇가지를 꺾어서 내려가는 표시를 해두어 아들이 내려올 때 길을 잃지 않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를 때 내려올 생각을 못하고 정상만 바라보고 오르지는 않았는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멀고 험한 산정상이 아니라 지금 내 신발 속에 있는 작은 모래라는 중국속담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여럿이서 가야한다고 하는데 이제는 여럿이서 함께 내려오는 삶이 현명한 것이다.
텅 빈 오만함에서 꽉 찬 겸손함으로 여럿이서 함께 내려오자.

자신을 최대한 낮추면서 말이다.
소싸움을 보면 이기기 위해서는 머리를 상대보다 최대한 낮추어야 하고 강한 소일수록 최대한 머리를 낮춘다.

그래서 많이 배운 사람, 실력있는 사람, 성공한 사람일수록 고개를 숙인다.

길을 가다가 장애물인 돌이 나타나면 소극적인 사람은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하고 적극적인 사람은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한다. 걸림돌과 디딤돌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에 만나는 돌은 우리가 딛기에 따라 걸림돌도 될 수 있고 디딤돌도 될 수 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 될 것이고 미리보고 잘 딛고 뛰면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걸림돌은 없다고 한다.
오르는 게임에서 뒤쳐졌다면 내려오는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이 진정으로 승리한 사람이다.

빨리가는 고속도로보다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지방도로가 아름답고 여유와 쉼과 멈춤이 있어서 좋다.


대나무가 곧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멈춤의 지혜인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회가 직선보다 빠를 때도 있고 방황의 흔적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돌아올 수 있다.

뜻있고 보람 있는 삶은 직선의 질주에서 앞만 바라보고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곡선과 방황과 내려가는 길에 있다.

우리 모두 올라가는 교육뿐만이 아니라 내려놓고 내려가는 교육, 추락이 아닌 착륙의 지혜를 가르치고 배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최종설 인천중앙도서관장

 

 


'好學의 時事 > [시사 칼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사회에 어떤 인물이 필요한가  (0) 2011.09.11
CEO를 위한 지혜  (0) 2011.09.09
책사(策士)  (0) 2011.09.06
전염병들의 공포  (0) 2011.08.24
113년 전 女權선언문  (0) 201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