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50년
1961년 8월 13일 일요일 새벽 2시 독일 동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門) 조명등이 갑자기 꺼졌다. 동·서 베를린 접경지역에 나타난 동독군이 길게 철조망을 쳤다. 곧이어 트럭을 타고 온 동독군이 시멘트로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길이 160㎞에 이르는 베를린 장벽이 역사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동·서독이 분단되자마자 160만 동베를린 주민 중 15만명이 서베를린으로 탈출했다. 당황한 소련과 동독 공산당은 "자본주의로부터 동독을 지킨다"며 장벽을 세웠다. 장벽 설치 11일이 된 날 스물네 살 청년이 벽을 넘으려다 동독 국경수비대에게 사살돼 첫 희생자가 됐다. 그로부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28년 동안 1300여명이 동독을 탈출하려다 숨졌다.
▶1989년 동유럽 민주화 바람이 불자 동독 공산당은 '해외로 나간 동독인은 귀국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달아 해외여행 자유화를 검토했다. 민심을 달래는 척하면서 '불만분자'들을 내쫓으려 했다. 공산당 대변인이 11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행자유화를 발표하자 놀란 외국 기자들이 "언제부터냐"고 질문을 퍼부었다. 실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새 법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변인은 얼떨결에 "지금, 당장"이라고 말실수를 했다.
▶그날 대변인 발언 뉴스를 본 동베를린 주민들이 장벽으로 몰려오자 국경수비대는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어줬다. 이미 수비대는 비밀경찰로부터 "나중에 귀국은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서베를린에 갔다 돌아온 군중이 거세게 항의하자 수비대도 움찔했다. 한 병사가 장교에게 "집에 아이들만 두고 나왔다고 애원하는 부부가 있는데 어떡하죠"라고 물었다. 장교는 잠시 생각하더니 "통과시켜"라고 했다. 그렇게 모두가 돌아오면서 결국 장벽이 무너졌다.
▶지난 13일 베를린 장벽 50주년을 맞아 베를린 시민들이 정오에 희생자 추모 묵념을 했다. 베를린 시청은 장벽 조각을 보관하고 있던 개인들에게 많게는 155만원을 주고 조각을 거둬들여 장벽 800m를 복원했다. 내년까지 500m를 더 되살린다고 한다. 28년 만에 사라진 베를린 장벽과 달리 한반도 군사분계선은 66년이나 버티고 있다. 베를린 장벽은 사회주의 몰락을 향한 역사의 필연에 동독 대변인의 '말실수'라는 우연이 겹쳐 무너졌다. 역사의 지우개가 군사분계선을 박박 지울 날이 오려면 얼마나 많은 필연과 우연이 교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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