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효과’와 강한 자녀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초등학교 2학년생의 시 ‘아빠는 왜’는 우리 사회의 아빠들을 슬프게 했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만원 지하철에서 부대끼며 매일처럼 출근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 벌어다 주던 아버지들로서는 억울한 생각도 들 것이다. 어쩌다 강아지나 냉장고보다 못한 신세가 됐단 말인가.
▷자녀에게는 역할모델로서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남자어른)도 중요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사회에서는 자녀양육에서 아버지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당연시되고 있다. 자녀의 성적이 떨어지면 남편은 “집에서 뭐하느라 애 성적이 이 모양이냐”고 아내를 다그친다.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고전처럼 돼버렸다. 아버지의 무관심이 경쟁력이란 말은 엄마의 불안감을 이용해 먹고사는 사교육업체들이 만들어낸 거짓 신화(神話)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온 가정일수록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높고 성공할 인생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현상은 미국과 영국의 여러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한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실패를 견디는 힘이 더 컸고 자신과 상황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문제해결력이 훨씬 우수했다.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로스 D. 파크 교수는 이를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s)라고 불렀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아버지 노릇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밥 먹듯 잦은 야근에 회식이다 동창회다 각종 모임의 연속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헤매는 이들도 많다. 파크 교수는 놀이 게임 대화 등 아버지 수업을 받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녀들로부터 상호작용이나 반응을 훨씬 잘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20일 행복한학부모재단 주최로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제1회 ‘퇴근후 아버지 학교’ 가 열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아버지도 아버지 역할을 배워야 하는 세상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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