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층(斷層)사회[社會]
평균값은 뜻하지 않은 눈속임이 될 때가 많다. 무엇보다 평균소득이라는 숫자가 그렇다.
작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400만원이었다. 이는 국민 절반이 한 해 2400만원 넘게 번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10억원대 연봉을 받는 이들과 그 100분의 1밖에 못 버는 이들을 한데 모아 평균을 내면 그 평균에 못 미치는 이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평균보다 중간값이 보통사람의 소득 수준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작년 소득의 높낮이에 따라 전 국민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서게 된 이의 소득(중위소득)은 1950만원에 그쳤다. 이 사람은 지금보다 23%를 더 벌어야 평균에 이를 수 있다.
내 소득이 꾸준히 늘어도 남들 소득이 더 빨리 늘면 나는 갈수록 뒤로 밀려나게 된다. 2인 이상 도시가구 가처분소득을 보면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들의 비율(상대적 빈곤율)이 지난 20년 새 7%에서 12%로 늘어났다. 중위소득의 1.5배 이상 버는 고소득층은 같은 기간 17%에서 20%로 늘어났다. 20년 전에는 국민 넷 중 셋은 중위소득 50~150%대 중산층이었다. 지금은 셋 중 둘로 줄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 중 상위 10% 소득은 하위 10%의 10배에 이른다.
자산 분배의 양극화는 더 심하다. 작년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2억3000만원이었지만 중위가구 순자산은 그 절반에 불과했다. 상위 10% 가구 순자산이 전체 중 47%에 이른다. 자산이 적을수록 미래 소득 창출 기회도 줄어든다.
이런 추세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교육을 잘 받아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핵가족화로 한 사람이 분담해야 할 주거비와 리스크 관리비용이 커지는 데다 30년쯤 일한 뒤 그만한 세월을 일자리 없이 버텨야 하는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층(斷層)사회로 가고 있다. 계층 간 부침이 뚜렷이 엇갈리면서 상층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회다. 못 가진 자(have-nots)가 가질 수 없는 자(have-nevers)가 됐다고 느끼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렵다. 이런 사회에서는 질시와 갈등만 부글부글 끓게 되고 사회통합을 위한 컨센서스를 모으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저축은행 예금 특혜 인출에 대한 서민층 분노는 단층사회의 폭발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폭탄 한 방으로 주식시장을 뒤흔들어 떼돈을 벌어보려던 절망적인 베팅도 단층사회의 병리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부자들보다 더 큰 힘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이하 계층이 언제나 더 많은 표를 갖기 때문이다. 존 F 케네디가 말했듯이 한 사회가 가난한 다수를 돕지 못하면 부유한 소수를 구할 수 없다. 표 계산에 밝은 정치인들이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친서민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다수를 위한 급조된 정책들을 쏟아낼 것이다. 이들을 진정으로 일으켜 세우려는 정책도 있겠지만 이들을 타락시킬 사탕발림 정책들이 더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를 갈라놓을 단층은 반드시 메워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부와 소득, 기회와 리스크의 가장 공정한 분배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우리는 백가쟁명식 양극화 해법 가운데 지속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과 선순환의 물꼬를 트는 개혁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인적자본이 소득과 부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고 본다면 양극화 해법의 핵심은 교육개혁과 학습혁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극화에 대한 근본 처방을 내리기 어려운 까닭은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막대한 비용을 미리 치러야 한다는 데 있다. 정치권은 그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분담할지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표심에 아부하지 말고 설득해야 한다.
[장경덕 논설위원]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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