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안갯속 북한 경제

好學 2011. 5. 28. 05:27

안갯속 북한 경제

 

 

 

미국에선 북한의 옥수수 수확량을 측정하기 위해 옥수수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다. 밭의 면적과 상태를 지난해 사진과 비교하면 올해 수확량을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이 경제난을 숨기려고 국민소득과 물가 같은 경제지표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식량을 구걸할 때나 가끔 세계식량계획(WFP)에 자료를 제공하지만 이 또한 제공하는 목적에 따라 데이터가 달라 의심을 받는다.

 

▶북한이 공개하는 자료가 없으니 세계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갖가지 '변칙' 수단을 동원한다. 그중 하나가 '거울통계(mirror statistics)'다. 북한과 무역을 하는 중국·한국의 무역량으로 북한의 수출입 현황을 역추적하는 방법이다. 중국 상무부마저 작년 12월 '대북(對北) 투자가 위험하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북한의 통계는 국내용과 외국에 알려주는 게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정일이 압록강 하류 황금평과 두만강변 나선특구에 중국 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에 중국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것 같다. 김정일은 두 지역을 한 묶음으로 해 중국이 개발해 달라며 특혜를 요구했지만 원자바오 총리는 "경제협력이 정상적 시스템에 따라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북·중 관계가 '동맹'이라지만 투자만은 정상적 시장원리를 따르겠다는 얘기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은 1982년 북한을 방문해 숱하게 서 있는 김일성 동상을 보고는 "동(銅)이 저리 많은데 왜 우리에게 손을 벌리느냐"고 화를 냈다. 덩은 자기가 죽은 뒤 동상을 세우지 말라고 했지만 광둥성 선전(深圳) 시민들은 "당신 덕분에 우리가 잘살게 됐다"며 연화산에 동상을 세웠다. 덩은 1978년 개혁·개방을 구상했고 이에 따라 1980년 선전에 경제특구 1호가 들어섰다. 해마다 명절과 덩의 기일(忌日)엔 덩을 추모하는 시민들로 교통체증이 빚어진다.

 

▶김정일은 집권 후 처음 중국에 간 2000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이 옳았다"고 했었다. 10년이 흘렀지만 김정일은 덩과 반대의 길로만 가고 있다. 여전히 북한의 경제는 안갯속에 가려 있고 주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폐쇄적 리더십만 강화됐다.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로 나오기만 한다면 지금처럼 중국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물적·인적 투자로 북의 개방을 적극 도울 나라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