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국가로 뒷걸음치는 대한민국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게 있다. 통일이 되면 국방비가 줄어 복지예산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오해다. 지금은 북한을 방어하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막상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중국이라는 나라와 직접 국경을 맞대야 한다. 국방비가 지금보다 줄어들까 아니면 훨씬 더 늘어날까?
북한이 붕괴되면 또 어떻게 될까? 한쪽에서는 중국이 점령할 것이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동독처럼 우리에게 흡수될 것이라고 한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결국은 중국과 미국이 서로 타협하는 선에서 장기간 신탁통치를 하며 공존의 완충지대를 만들려 하지 않을까? 이 또한 검토 가능한 하나의 가능성이라면 우리는 동·서독 통일 모델 못지않게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관계도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는 정치·군사적으로는 독립적이지만 사회·문화적으로는 거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통일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모델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야당이 전면적인 공짜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복지수준을 그렇게 높였을 경우 통일 후 북한 주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복지예산도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여당과 야당이 그동안 복지논쟁을 벌이면서 장차 예상되는 통일 상황에 대비한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은 눈부신 세계화를 진행해왔다. 적어도 기업부문에서는 성공적인 글로벌리제이션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최근 들어 해마다 국가경쟁력이 뛰어오르는 것도 분명 이 같은 성공의 반영일 것이다. 반면 국내문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 정치권의 좌·우, 여·야의 시각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사안들을 국가 차원에서 생각지 않고 부족(部族) 수준의 사고에서만 다루려 한다. 오로지 '자기 부족'의 집권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다 내주겠다는 식의 포퓰리즘 경쟁에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이는 정치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최근 밥그릇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방개혁 논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기존의 한국군(軍)은 합동군 체제다. 합동군이란 간단히 말하면 육·해·공 3군이 각자의 독립성을 지키면서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합참의장의 권한을 강화해 3군 참모총장을 그 지휘 아래 두겠다는 것이 이번 개혁안의 골자다. 차라리 통합군 체제로 가서 3군의 구별을 없애면 되는데 그것은 강도가 너무 심하다고 판단했는지 통합군 성격을 가미한 합동군으로 가 보자는 것이다.
국방개혁을 둘러싼 육군과 해·공군의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솔직히 우리 같은 민간인 입장에서는 국방개혁을 부르짖는 쪽이 정말 개혁파인지 아니면 지난해 발생한 안보위기를 틈타 기득권이나 강화하려는 꼼수파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양측은 국민을 상대로 한 설명에는 소극적이면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간단하다. 북한군의 전력(戰力)과 위협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길이 최선의 선택이다. 우선 이 부분부터 정확하게 실상을 공개한 다음, 기존의 합동군 체제에는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변형된 합동군으로 갔을 때 북한군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양측이 당당한 토론을 벌이면 된다. 그 '개혁' 과정에서 육군이 손해를 보게 될지 해군이나 공군이 손해를 보게 될지는 국민 입장에서는 부차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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