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천당이나 극락에 가려면 그만한 공덕이나 담보가 있어야 한다. 산타클로스도 착한 일을 했다는 담보로 선물을 주는 것이지 공짜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공짜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서민들이 저축은행 앞에서 흐느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금융감독원이 도적의 소굴처럼 느껴지는 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연일 밝혀지는 금융감독원 출신들의 만행에 구역질이 난다.
감독기관 출신들이나 고위 퇴직자 또는 권력의 시녀들이 고위직을 차지하는 걸 흔히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쓰이는 건 옳지 않다. 오히려 `새치기`라고 바꿔 불러야 옳다. `낙하산`은 고도의 훈련을 통해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지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안정된 자리를 보장하는 의미로 쓰일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회오리가 일어나는데, 대체로 전문가와 능력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대신 권력의 하수인들을 무더기로 새치기시키곤 한다. 이 못된 관행을 고치지 않는 한 정치 선진화는 구호에 불과하다. 앞으로 대통령 출마자와 정당은 `새치기 인사`를 기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정치판에 들어가 보니 실력과 능력이 모자라는 자일수록 권력자에게 빌붙는 술수가 탁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권이 바뀌면 그렇게 술수에 능한 자들이 능력 있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새치기를 한 뒤에 마치 제 능력이 대단한 척하며 호가호위를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출세하기 위해 실력을 쌓거나 노력하기보다는 `빽`을 찾는 게 훨씬 빠르다고 믿는다.
전관예우 역시 새치기의 모범사례가 분명하다. 오랜 세월 봉직하며 고생했으니 퇴직 후에 그만한 대우를 받으며 모갯돈을 긁어모은 게 무슨 죄냐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바람에 억울하게 재판에서 패소한 사람들과 자리를 빼앗긴 사람들과 있는 자들의 횡포에 고스란히 당한 서민들은 어쩌란 말이냐. 전관예우라는 특혜로 돈벼락을 맞아보겠다고 어찌하든 고위직에 오르려고 간과 쓸개를 내던진 채 굴신하고 아부하며 국민을 얕본 죄업은 어찌하겠는가. 절치부심하며 실력을 쌓은 대다수의 인재들의 미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과 탈법의 해괴한 막장드라마 뒤에도 금융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자들과 새치기 인사들이 도사리고 있음이 밝혀졌다.
서민의 뒤통수를 치고 눈물 쏟게 만든 이번 사건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는 물론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금융감독원, 감독정책이 부실하도록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를 제대로 했으면 당연히 밝혀졌을 문제를 건성으로 넘긴 국회, 측근들만 챙긴 청와대 모두 공동정범임을 알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외환위기 이후에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금융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을 통합해 그 역할이 매우 중차대하다. 그럼에도 본분을 망각했으니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참에 반관반민(半官半民) 기관인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관장의 경영책임을 묻고 임직원의 관리를 특별하게 해야 한다.
이 기회에 보다 정당한 실력을 쌓는 세상을 만들어 공정사회의 틀을 갖추어야 한다. 새치기로 자리를 차지한 자들은 조직의 방패막이로 전락하거나 은밀한 로비스트 아니면 교묘하게 법망을 가르는 재주를 발휘하거나 인맥을 가동해 부당하게 승소하는 죄를 짓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라 감독기관의 규제, 감사 등의 정보를 빼내거나 각종 인허가나 굵직한 공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기 때문에 억울한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20~30년 공직생활을 하면 2~3년 만에 목돈을 쥐게 된다는 전관예우가 법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주범이 되었고 실력 쌓기보다 아부와 술수로 권력의 하인이 되면 20년은 앞서간다는 `새치기 인사`가 정치에 대한 불신의 주범임을 이제는 알았으면 한다.
매경컬럼 김홍신
'好學의 時事 > [시사 칼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족국가로 뒷걸음치는 대한민국 (0) | 2011.05.23 |
---|---|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던 시절 이야기 (0) | 2011.05.23 |
CEO 연봉 1달러, 그 얄팍한 눈가림 (0) | 2011.05.19 |
제3의 인생 ‘행복은 여행순’ (0) | 2011.05.18 |
외국인 범죄조직 (0) | 2011.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