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어긋난 정치생명
1960년대 동서냉전 시절 영국 국방장관 존 프로푸모는 크리스틴 킬러라는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장관은 그녀를 콜걸로 알았지만 사실은 KGB 장교의 애인이었다. 옥스퍼드대 출신에 노르망디 상륙작전 참전용사인 프로푸모는 하원 증언에서 발뺌하려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추락 후 그는 화장실 청소를 시작으로 40년 동안이나 사회시설에서 일했다. 그러는 사이 여왕이 그에게 작위(爵位)도 내렸고, 대처 총리는 칠순 잔치에 초대도 했다.
▶1998년 어느 날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식사를 하다 밖으로 불려 나왔다. 극비리에 방문한 수사관들이 그를 화장실로 안내해 혈액을 채취했다. 인턴직원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은 얼룩과 DNA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수사관을 이끌고 갔던 정부 관리는 나중에 "혈액 채취는 한편의 저질 영화 같았다"고 했다. 탄핵안은 하원을 통과했다가 상원에서 부결됐다. 부인 힐러리의 '용서'도 한몫했다.
▶파편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성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르윈스키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공화당 의원의 성추문 정보를 100만달러에 사겠다고 광고했다. 그렇게 입수한 정보를 '허슬러'가 기사화하겠다고 하자 밥 리빙스턴 하원의장 예정자가 정치인생을 접고 곧바로 사임했다. 뒷날 애인을 만나러 아르헨티나로 잠적했던 마크 샌퍼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물러났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지난 주말 맨해튼의 호텔 방에서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뉴욕 경찰에 붙들렸다. 프랑스 사회당 출신인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둔 후보 지지도에서 줄곧 1위를 지켜 왔다. 변호사도 아내도 "혐의를 믿을 수 없다"고 하고, 정적들의 음모라는 설(說)도 있다. 그러나 유죄로 판명되면 모든 정치생명은 끝이다.
▶1995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혼외(婚外) 딸을 뒀다고 한 주간지가 폭로하자 기자들이 더 놀랐다. 그때 프랑스 언론도 '허리띠 이하는 쓰지 않는다'는 관행이 깨졌다. 스트로스칸이 체포되면서 사회당은 미테랑 이후 최대 스캔들로 휘청대고 있다. 스트로스칸은 미테랑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염문이 아니라 성범죄 피의자다. 사회당은 미테랑 후 17년 만에 정권을 되찾겠다는 꿈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 정치 이력을 쌓는 데 수십 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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