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늘어나는 노인 분노범죄

好學 2011. 5. 18. 20:01

늘어나는 노인 분노범죄

 

 

 

초보 기자 시절인 1994년 9월 전남 고흥에서 70대 노인이 90대 노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을 취재한 일이 있었다. 70대 노인은 아내가 세상을 떠나 노모를 모실 길이 막막해지자 서울에 사는 자신의 자식들을 차례로 찾아가 할머니 봉양 의사를 타진했다. 그런데 모두 못 모시겠다고 하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부인 무덤 옆에서 노모를 목졸라 살해한 것이다. 17년 전 안개 자욱한 밤늦게 노인의 육성을 들어보기 위해 고흥경찰서 유치장을 찾아갔을 때 그의 분노에 찬 푹 꺼진 두 눈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범죄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09년 범죄자 중 60세 이상 노인은 5.0%를 차지했다(대검찰청 2010 범죄분석). 10년 전 2.3%에서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10년 동안 전체 범죄자는 9% 늘었는데, 노인 범죄자는 240%나 증가했다. 노인 인구도 늘고 있지만 노인 범죄가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생활고에 따른 생계형 범죄 성격이 강한 노인들의 절도 범죄는 10년 동안 6.3배나 증가했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3배나 높다. 우리보다 고령화 진행이 빠른 일본도 절도 등 노인 범죄가 급증해 사회문제로 떠올라 있다. 치안정책연구소 유지웅 연구관은 "노인들은 대개 범죄의 피해자이고 노인 범죄율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다는 일반적 인식을 깨고 노인들이 급속히 범죄의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기술 발달로 사람들이 점점 더 오래 살면서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난하게 사는 노인들은 증가하며, 노인의 권위는 점점 하락하고 사회적인 냉대를 받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노인범죄의 특징은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점점 흉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노인들이 저지른 강간·살인 같은 흉악범죄는 10년 전에 비해 각각 4.0배, 4.2배 늘었다. 특히 노인 강력범죄 증가는 노인들이 버림받고 있다고 느끼며 갖는 '분노'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비참한 노후에 처한 데 대한 분노가 험한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여름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배에 탄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려다 저항하자 남녀 여행객 4명을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 어부 오모씨도 70대 노인이었다. 2008년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불을 붙여 전소시킨 범인도 도시개발에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으로 밝혀졌다. 얼마 전에는 인파가 몰리는 백화점이나 재래시장 등 서울 도심에서 행인의 지갑만 노리고 살아온 '할머니 소매치기단' 4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한 범죄 전문가는 "요즘 노년세대 중에는 가슴에 분노를 갖고 사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며 "그것이 한편으로는 노인자살로,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적인 범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령사회의 그늘은 앞으로 올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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