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엉터리 인터넷 '지식'

好學 2010. 9. 25. 22:24

 

[만물상] 엉터리 인터넷 '지식'

 

 

 

당대 중국의 사상가로 꼽히는 리쩌허우(李澤厚) 대담집 ‘고별혁명’ 번역본의 주석(註釋)엔 이상한 대목이 몇 군데 눈에 띈다. 명저 ‘역사의 연구’를 남긴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를 경제학자이자 사회개혁가로, 사회학자 막스 베버를 해부학자와 생리학자로 소개했다. 이상적 유토피아를 뜻하는 대동(大同)사회의 이전 단계 ‘소강(小康)’을 ‘당나라 승려’로 풀이한 대목에선 어이가 없다. 왜 이런 잘못이 생겼을까.

▶뭔가 짚이는 데가 있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백과사전에 접속했다. 키워드로 ‘토인비’를 입력했더니 이 엉뚱한 동문서답 주석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채 화면에 떴다. ‘베버’와 ‘소강’도 마찬가지였다. 편집자가 주를 달면서 직접 자료를 들추지 않고 온라인 백과사전의 엔터키만 몇 번 눌러보곤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쯤은 약과다. 팔순의 전직 언론인 존 시전털러는 작년에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소개된 자기 이력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존 시전털러는 1960년대 초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의 참모였다. 그는 존 F 케네디와 동생 로버트 케네디 암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뒷부분은 더 가관이었다. ‘시전털러는 1971년 소련으로 이주했다가 1984년 미국에 돌아왔다. 그 직후 국내 최대 홍보회사를 차렸다.’ 잠시 로버트 케네디 보좌관으로 일했다는 사실 말고는 전부 가짜였다.

▶시전털러는 누가 이런 허위 정보를 올렸는지 수소문했지만 알 수 없었다. 위키피디아는 네티즌들이 직접 정보를 올리고 누구나 수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는 ‘참여형’ 백과사전이었기 때문이다. 거짓 정보를 올린 웹사이트 세 곳에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2001년 생긴 위키피디아는 영문 정보만 95만 건이 넘고 하루 방문자 90만 명에 이르는 인기 사이트다.

▶국내 학계에서도 전문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온라인 백과사전의 신뢰도를 걱정한다. 진위(眞僞)를 검증할 능력이 부족한 네티즌들이 거짓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가짜 정보가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가는 현상을 ‘웹 전염병(Webdemic)’이라고 부른다. 악성 바이러스가 클릭 한 번으로 세상에 번지는 셈이다. 작가 마크 트웨인이 일찌감치 이런 사태를 내다본 모양이다.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말은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