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고사성어]故事成語

[살롱] 江流石不轉과 言論

好學 2010. 9. 12. 21:29

 

[살롱] 江流石不轉과 言論

 

 

 

두보(杜甫)의 시 가운데 ‘팔진도(八陣圖)’라는 제목의 오언절구(五言絶句)가 있다. 여기에 보면 ‘명성팔진도(名成八陣圖) 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제갈공명의 명성은 팔진도 때문에 널리 알려졌고, 강물은 흘러도 (그 팔진도를 만들 때 사용하였던) 돌들은 굴러가지 않고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팔진도는 전쟁 시에 군사를 배치하는 형태를 그려 놓은 것이다. 제갈공명은 이 팔진도를 강가에다 돌들을 사용하여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고, 두보가 살아 있을 당시만 해도 이 팔진도 모형이 아직 보존되어 있었던 것 같다. 공명은 ‘어느 시간대에 어느 공간이 나에게 유리하고 불리한가를 다루는’ 기문둔갑(奇門遁甲)과 같은 진법(陣法)에 정통했던 인물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인 팔진도가 진법 교과서로서 당대에 유명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두보의 ‘팔진도’ 시구(詩句) 가운데에 후세인들에게 특히 회자되었던 구절은 ‘강류석부전’이다. 이 대목은 조선후기 전주(全州)의 아전(衙前)들이 자주 애송했다고 전해진다. 아전은 중인 계층이다. 사또가 부르면 얼른 달려와야 하는 직책이다. 전주는 아전 계층의 뿌리가 강했다. 고려가 망하자 그 유민(遺民)들 일부가 조선조에 출사하지 않고 물산이 풍부한 전주에 눌러앉으면서 중인 계층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말하자면 자존심이 강했던 아전들이었다.

신임 사또가 부임해서 아전들을 심하게 구박할 때마다 서러움을 당하던 아전들은 마음속으로 ‘강류석부전’을 읊조리곤 했던 것이다. 사또는 잠깐 있다가 조금 있으면 떠나는 존재다.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하지만 아전들은 강 속에 박혀 있는 돌과 같아서 강물이 아무리 흘러가도 돌은 뽑히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참고 기다리면 된다는 의미다. 강(江)과 돌(石)은 양반과 중인, 권력자와 비권력자(非權力者)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었던 것이다.

80년대 독재정권에 투쟁하던 운동권 인물 가운데서도 종종 이 ‘강류석부전’ 구절을 인용하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정권과 언론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은 지금 당장 현존하는 권력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기 마련이다. 정권은 ‘강물’이고 언론은 ‘차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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