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일사일언]"일은 내 운명"

好學 2010. 8. 21. 18:14

 

[일사일언]"일은 내 운명"

 

 

 

30대 후반인 지금도 물론 한창 일할 나이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게도 정신적, 육체적, 물리적 업무량의 정점이던 시절이 있다.

30대 초반, 최고의 노동강도에 따른 최고의 수입에 짭짤해 하던 즈음의 나는 잠들기 5분 전까지 일 생각을 하다가 깨자마자 5분 안에 다시 일 생각으로 복귀해야 하는 초절정 고수 일벌레였다. 잠자러 가는 침실문에 ‘작업중’이라 써붙였다던 유럽의 다다이스트들처럼, 꿈속에서라도 일을 하고 싶었다. 꿈결에 떠오를지 모를 멋진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으려 머리맡에 메모지를 챙겨둘 정도였다.

성취감이나 보람도 있지만, 솔직히 돈이 가장 중요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 프리랜서의 특성에 무한한 매력을 느꼈다. 일한 만큼 받는 직군의 사람에게는 화장실이나 버스정류장에서의 자투리시간도 모두 돈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걸 돈독이라 말하든, 일중독이라 말하든 당사자는 상관없다. 무언가에 몰두한 지선(至善)의 상태는 이런저런 근심까지 치유하는 묘한 효험이 있기 때문이다. 돈은 치열한 전투 뒤에 따라오는 전리품 같은 것이다. 말하자면, 프리랜서는 자본주의의 노동관을 실연(實演)한다.

물론, 이제 일하든 ‘농땡이’를 피우든 일정한 연봉을 보장받는 피고용인이 된 지금의 나를, 공산주의적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까진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는 생각보단, 일한만큼은 꼭 받겠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니까. 단지 그리운 건 보수 따위 개의치 않고 꿈처럼 일로 숨쉬던 지선의 무아지경이다. 그런 뜨거운 시기가 삶에 딱 한번만 오는 건 아니라고 누군가 내게 등 두드리며 말해준다면 참 좋겠다.
(김일중·DY엔터테인먼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