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智慧묵상/[매일묵상]겨자씨앗

[겨자씨] 보고 싶다 그 얼굴

好學 2012. 9. 10. 13:10

 

[겨자씨] 보고 싶다 그 얼굴

 


5·16 군사정부가 시작할 무렵의 일이다. 마을에서 가장 정직한 사람을 동장으로 새롭게 세웠다. 면장님의 성화에 못 이겨 아버지께서 동장이 되셨다. 어느 날 가난한 우리 집 마당에 배급미(米) 자루가 가득 쌓였다. 동네 주민 한 사람당 두말 반씩 돌아가야 하는데, 정확한 배분이 어려운 터라 배급량을 협의한 끝에 편의상 한 사람 당 두말씩 나누기로 했다. 늦은 시간까지 배급을 하고 나니, 몇 자루의 배급미가 남았다. 선임 반장이 한 자루를 먼저 어깨에 둘러매고 동장인 우리 집 마루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반장들 역시 골고루 나누어 가졌다.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배급미 몇 자루를 동장과 반장들이 가로챈 결과가 된 것이다.

그날 따라 우리 집에서는 끼니를 이을 쌀이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슨 일인지 심하게 다투셨다. 그때 어머니는 그 쌀로 밥을 지어서 저녁상을 차리셨다. 등잔 위 호롱불은 졸고 있는데 아버지께서는 식사기도를 하셨다. “하나님! 부정한 곡식으로 자식을 먹이는 이 아비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는 다음 날 새벽기도를 다녀오신 후 배급미 자루를 어깨에 메고 면사무소로 가셨다. 동장 사표를 내고 배급미를 돌려주고 오시던 아버지의 얼굴, 그 얼굴은 내가 뵌 아버지의 얼굴 중에 가장 행복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