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韓國歷史/(정치·경제·사회·문화)

9. 과점(寡占)은 언제나 비효율적인가?

好學 2012. 9. 8. 09:34

 

9. 과점(寡占)은 언제나 비효율적인가?

 

단순히 시장에 존재하는 기업의 숫자만으로 그 시장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는 없다. 소수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과점시장이라 할지라도 기업간 경쟁압력이 충분하다면 그 시장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과점(寡占-Oligopoly)'은 특정시장이 소수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상황을 말한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과점시장의 행태는 '경쟁적 시장보다 낮은 생산렬, 하지만 그 가격은 경쟁적 시장보다 높게 책정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흔히 시장에 다수의 기업이 존재해야 경쟁이 촉진되고 이로 인해 졍제적 효율성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달리 표현하면 경쟁도가 높은 시장에서 기업은 낮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면 경쟁도가 높은 시장에서 기업은 낮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며 소비자는 낮은 가격에 양질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다. 따라서 소수의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시장에 비해 기업의 효율성 및 소비자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과점이 발생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시장의 규모로 인한 것이다. 어떤 산업의 경우 시장 자체의 규모가 작아 한 기업이 전체 시장의 상당부분을 충족시킬 만큼 많이 생산해야만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새로운 기업이 그 산업에 유인이 없어지며 그 결과 소수 기업만이 그 산업에 존재하게 된다.
 
다른 원인으로는 각종 진입자벽 때문에 새로운 기업의 진출이 힘들 때 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갘은 이유로 생성된 과점시장에서는 시장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소비자의 만족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 과점이 형성되는 경우에는, 이 과점시장이 많은 기업이 존재하는 시장보다 반드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즉 시장의 구조 및 성숙도 등에 따라서 소수의 기업이 지배하는 과점시장이 다수의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보다 효율적일 수 있으며 소비자는 보다 높은 만족도를 누릴 수도 있다.
 
한 시장에서 많은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선두그룹이 나타나게 마련이고 이 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가격 및 품질 경쟁을 주도하면서 시장이 성숙된다. 이 그룹에 끼지 못한 기업들은 정상적인 시장경제에서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소수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우 초기 성숙되지 않은 시장에서 많은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 비해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 효율적 기업들이 지배하는 성숙된 시장에서 소비자의 만족도도 더 높을 것이다. 물론 다수의 기업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담합의 가능성이 낮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과점시장에서 담합과 같은 반경쟁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의 적절한 시장감시가 이루어진다면 성숙된 과점시장에서도 경쟁압력은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며 시장의 효율성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경쟁하고 있는 기업의 수로 그 시장의 효율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시장의 성숙도 및 경쟁 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의 경제·서회적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인해 '약자는 보호 받아야 한다'는 정서가 우리 사회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성숙된 시민사회에서 경제·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같은 정서가 경제부문에 잘뭇 확산되면 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항 수 있다.
 
과점체제로의 전환과 동시에 효율성이 높아진 예로는 우리나라의 은행산업을 들 수 있다. 과거 정부보호 아래 있던 부실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되고 소수의대형은행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시장의 효율성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시장의 경쟁압력을 한층 높였고 이는 번번한 은행간 인수합병을 유도하게 되었다. 물론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 증가로 인해 기업금융의 축소 등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계 은행으로 인한 시장의 효율성 제고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도 은행산업이 대형은행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오히려 각종 은행의 효율성 지표들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의 숫자로 그 시장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상위 몇 개사가 시장점유율의 상당부문을 차지하고 있어 과점의 폐해가 예상된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소수의 기업들간의 실질적인 경쟁압력이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에 대한 지원 등 인위적으로 시장지배력을 분산시키기보다는 경쟁력있는 기업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도록 시장기능의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되는 과점상태에 대해서는 경쟁압력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존재할 수 있도록 시장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