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의 기본적 이론

◎ 본초의 기본적 이론

어떤 약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고 그 약이 몸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약이 가진 기(氣)와 맛(味), 그리고 귀경(歸經)을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기와 맛, 귀경으로 한약의 성질과 효능을 설명하는 방식을 '기미론(氣味論)'이라고 한다. *약의 기(氣) 기는 약이 가진 성질을 말하는데, 네 가지로 구분한다. 즉 한(寒: 차갑다), 열(熱:뜨겁다), 온(溫: 따뜻하다), 량(凉: 서늘하다)이다. 寒과 凉은 모두 陰에 속하는 것이지만 寒이 더 음기가 강하고 凉은 상대적으로 음기가 약한 기이며, 熱과 溫은 다같이 陽에 속하는 것이지만 熱은 溫보다 양기의 정도가 강한 것을 말한다. 寒이나 凉性을 가진 약은 熱증을 치료하고 熱이나 溫性을 가진 약은 寒증을 치료합니다. 쉽게 말해 차가운 성질을 가진 약들은 인체에 열로 인해 생긴 병들을 차갑게 식혀서 치료하는 역할을 하고 뜨거운 성질을 가진 약들은 인체가 찬 기운으로 생긴 병들을 따뜻하게 데워서 치료하는 것이다. 약도 맛있게 지어먹을 순 없냐구요? 과연 입에 쓴 약만이 몸에 좋을까요? 그렇지 않답니다. 맛에 따라 한약은 분업을 하죠. *약의 맛(味) 맛은 약을 혀에 댔을 때 느껴지는 것으로,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즉 신맛(酸味), 쓴맛(苦味), 단맛(甘味), 매운맛(辛味), 짠맛(鹹味)이다. ① 신맛이 나는 약 : '수렴시키는 작용'과 '밖으로 나가려는 흐름을 고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 석류, 오미자, 산수유 등 아주 신 식초를 먹은 사람의 표정을 떠올려 보자. 얼굴이 안으로 찡그려진다. 이것에서도 신맛의 작용을 유추할 수 있다. 수렴시키고 흐름을 고정시킨다는 것은 밖으로 뻗어 나가려는 기의 작용을 안으로 끌어들여 붙들어 맨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설사가 난다거나 소변을 너무 자주 본다거나 정액이 비정상적으로 흘러 나가는 증세 등은 모두 외부로 기가 너무 많이 발산되고 방출되어 정기가 허해지는 상태이다. 바로 이때 신맛이 나는 약이 작용하여 안으로 수렴시키는 것이다. ② 쓴맛이 나는 약 : 열을 내리고 습기를 말리는 작용을 한다. 심장이나 간에 열이 많아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이 충혈 되고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할 때 쓸 수 있다. - 황금, 황련 등 예를 들면 알로에는 맛이 써서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속이 차가운 사람은 알로에를 먹으면 더 차게 해서 설사를 할테지만 속에 열이 있어 변비가 걸린 사람에게는 좋은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③ 단맛이 나는 약 : 몸을 보해 주면서 긴장된 것을 완만하게 해주고 서로 조화가 안 되는 것을 조화롭게 한다. - 감초, 숙지황, 인삼 등 '약방의 감초'라는 말처럼 감초는 한약 처방에 매우 많이 응용되는데 이는 감초가 여러 약들을 조화롭게 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어려운 부탁을 할 일이 있다던가 사랑 고백을 하려 하는데 너무 긴장되어 있을 때는 따뜻한 설탕물을 진하게 타서 한 잔 마시고 하면 효과가 있다. 단맛이 긴장된 상태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④ 매운맛이 나는 약 : 신맛과 반대로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발산시키고, 잘 흐르지 않는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땀이 쭉 나는데 땀을 나게 하는 작용이 바로 내부의 기를 바깥으로 발산시키는 것이다. 초기 감기는 사기가 아직 속까지 들어가지 않고 겉에 있는 상태이다. 이럴 때 땀을 통해 사기를 배출시키기 위해 매운맛을 내는 약을 먹는 것이다. ⑤ 짠맛이 나는 약 : 단단한 것을 부드럽게 하고 기의 흐름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작용을 한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배추나 무를 소금에 절여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뻣뻣한 배추나 무를 부드럽고 연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몸에 생기는 덩어리나 혹을 치료할 때도 다시마와 같은 짠맛 나는 약을 써서 뭉친 것을 풀어 준다. -다섯가지 맛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물같이 싱거운(淡味)맛도 있다. 이 맛은 소변이나 습기를 밖으로 잘 빼내는 작용을 한다. 흔히 소변이 잘 안 나가거나 붓는 증세에 싱거운 맛이 나는 약을 쓰는데 목통이나 복령 같은 약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