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大選 슬로건

好學 2012. 7. 17. 21:39

大選 슬로건

 

 

프랑스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시청 직원들이 창고에서 조립식 철제 선거 벽보판을 꺼낸다.

양팔 너비에 어른 키 높이 벽보판을 후보 숫자만큼 좌우로 길게 엮어 거리 곳곳에 세운다.

지난 4월 대선에서 연임을 노렸던 우파 사르코지 후보는 벽보판에 '강한 프랑스'라는 슬로건을 붙였다.

사회당 올랑드 후보의 슬로건은 '지금이 변화할 때'였다.

유권자들은 '변화' 쪽 손을 들어줬다.

▶'노동당은 일하지 않는다'. 1978년 영국 총선에서 광고대행사 사치앤사치가 만든 보수당 슬로건이다.

'노동당은 말만 앞세우고 하는 일이 없어 실업률이 높다'는 뜻이다.

보수당의 대처는 인기가 없었지만 슬로건 덕에 이겼다.

97년 총선 때 노동당이 '영국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점잖게 나오자 보수당은 또다시 공격적으로 나왔다.

'새로운 노동당, 새로운 위험'이라고 받아쳤다.

보수당은 한술 더 떠 자기네 벽보에 눈을 빨갛게 칠한 노동당 당수 사진을 실었다가 욕만 먹고 졌다.

▶84년 재선에 나선 미국 공화당 레이건이 유권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4년 전보다 살기가 나아졌습니까'.

경제가 가라앉았던 4년 전 민주당 카터 때로 되돌아가겠느냐는 물음이었다.

이 슬로건은 2002년 한국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로 바꿔 썼다.

클린턴은 1992년 '변화'와 '사람'을 강조했다.

'사람을 위해, 변화를 위해' '사람이 먼저(Putting people first)' 같은 슬로건을 내걸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그제 대선 슬로건으로 '사람이 먼저다'를 발표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정직한 '농부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로써 대선 주자 슬로건이 거의 정해졌다.

 

박근혜 후보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세웠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마음껏! 대한민국'이다.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은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에게 저녁 시간을 되돌려주자는 에세이 제목 같다.

▶요즘 슬로건들은 개인적이고 감성적이다. '번영' '개혁' '평화' 같은 힘찬 추상명사가 없다.

 

지난 5월
독일 최대 주의회 선거에서 야당 사민당은 '카레소시지, 그게 사민당이야'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승리했다.

 

카레소시지는 구운 소시지에 카레가루와 케첩을 뿌린 독일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이다.

 

'우리는 서민의 친근한 벗'이라는 뜻이었다.

 

정치와 선거는 말싸움이다.

 

미국 대통령 존슨은 "선거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이긴다"고 했다.

 

뒷감당도 못하면서 화려한 말을 늘어놓는 사람이 승리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말잔치의 앞뒤를 살피는 밝은 눈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