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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데스테 남매의 예술후원

好學 2012. 1. 25. 21:01

[61] 데스테 남매의 예술후원

 

 

 

끝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주술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필로스트라투스는 나폴리 근처의 별장에서 보았던 한 그림에 대해 '이마기네스(Imagines)'에 기록하였다. 그 그림은 주신(酒神) 바쿠스의 주술에 걸려 끝없이 술을 마셔야 했던 안드로스 섬 주민들을 그린 것이었다. 그림은 그 후 사라져 버렸으나 15세기에 와서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의 군주 알퐁소 데스테는 화가에게 부탁해 그것을 되살려 갖고자 했다. 거의 전해오지 않는 고대 회화를 이런 간접적인 방법으로 즐기는 관습은 그 당시 흔히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안드로스 인의 주신제'(사진·1518~ 1519)를 다시 그린 화가는 베네치아에서 활약하던 티치아노(1490~1576)였다. 티치아노는 고대의 그림을 기록 그대로 옮기지 않고 당대의 복장을 한 페라라 사람들로 가득 찬, 음악을 즐기고 춤을 추는 떠들썩한 야외의 술 모임으로 변환시켰다. 따뜻하고 풍요롭고 반짝이는 색채와 약간씩 비틀거리면서도 율동감이 넘치는 인물들은 활기찬 알퐁소의 궁정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경의 술잔을 높이 올린 여인 앞에 놓인 종이에는 "술을 마시고, 다시 마시지 않는 자는 술을 마시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마치 술취한 사람들의 말 같은 것이 적혀있다.

알퐁소는 원래 미술에는 관심이 없었고 당시의 교황 율리우스 2세와의 전쟁에 바빴었다. 이후 교황청과의 사이가 호전되자 그는 문예에 대한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누이는 만토바의 영주이자 예술과 문화의 후원자로 알려진 이사벨라 데스테로, 빌라와 궁정에는 고대미술품들과 책, 그리고 페루지노, 라파엘로, 티치아노와 같은 당대 일급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알퐁소가 훌륭한 미술품으로 자신의 집을 장식하고자 했던 것도 은근히 누이에게 과시하고 싶었던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북부 도시의 군주들에게 미술품의 소장은 부와 영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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