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한강의 牛重水

好學 2011. 12. 20. 20:58

한강의 牛重水

 

 

 

'용재총화(慵齋叢話)'에 보면 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려 말에 차(茶)를 좋아하는 기우자(騎牛子) 이행(李行)이라는 인물이 전국의 좋은 물에 대한 품평을 한 기록이 그것이다.

'첫째는 충주(忠州)의 달천수(達川水)요,

두 번째는 한강의 우중수(牛重水),

세 번째가 속리산의 삼타수(三陀水)이다.'

이행은 자신의 호를 '소를 탄 도인'이라는 뜻의 '기우자'라고 지은 것을 보면 도가적 취향을 가졌던 인물 같다.

도가에서는 도통한 도인을 소(牛)를 타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며, 이름 끝에다가 존칭의 의미로 '자(子)'를 붙이는 관습이 있다.

어느날 기우자는 친구 집에 차를 마시러 갔다. 부엌에서 찻물이 끓어 넘치자 친구가 물을 더 부어 넣었는데, 나중에 가지고 온 이 물맛을 본 기우자는 '2가지 물을 더 집어넣었다'고 족집게처럼 감별해 내었다. 눈으로 보지 않고 오직 혀(舌)만 가지고도 물맛에 대한 아주 세밀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감별력을 가지려면 평소에 단전호흡 수련을 해서 몸의 경락(經絡)이 어느 정도 열려 있어야만 가능하다.

기우자가 말한 두 번째 물, 한강의 '우중수'는 어떤 물인가? 예로부터 한강 한복판에 흐르는 물은 아주 좋은 물로 여겼다.

강심수(江心水), 또는 한중수(漢中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겨울에 한강의 얼음을 채취하여 보관하였던 동빙고(東氷庫)와 서빙고(西氷庫)가 있었고, 이 양대 빙고에 들어갔던 얼음들도 한강의 복판에서 채취한 얼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얼음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좋은 물을 감별할 때 맛도 맛이지만, 저울로 물을 달아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을 좋은 물로 여겼다.

우중수의 우중(牛重)은 '소처럼 무겁다'는 뜻이다. '무거운 물'은 다른 물과 잘 섞이지 않는다.

기우자는 이 우중수가 '금강산에서 내려온 물'(自金剛山出來) 이라고 설명한다.

금강산 부근의 금강천에서 내려온 물은 북한강으로 합류되어 다시 서울 시민의 상수원인 한강으로 흐른다.

이렇게 좋은 북한강에 녹조가 발생하여 서울의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고 있다.

한강의 '우중수(牛重水)'를 되살릴 방도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