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自由/[時時 Call Call]

요즘 매미소리 왜 이리 시끄러울까

好學 2011. 9. 6. 20:59

[시시콜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요즘 매미소리 왜 이리 시끄러울까

 

 

《 주부 송영미 씨(52·서울 동대문구 장안동)는 이달 초 이른 아침부터 창문 방충망에 붙어 우는 매미 소리에 잠을 깼다. 송 씨뿐 아니라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밤낮없이 줄기차게 울어대는 매미 때문에 잠을 설친다. 송 씨는 “옛날 시골에서 들었던 정감 있는 매미 소리와 다르다”며 “요즘 매미 소리는 왜 소음에 가까운지 알려 달라”고 동아일보에 문의해 왔다. 》

동아사이언스 취재팀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10일 오후 2시와 12일 오전 5시 서울 마포구 창전동 삼성래미안 아파트를, 12일 낮 12시 반경에는 관악구 봉천동 현대아파트와 관악구민운동장을 찾아가 매미 울음소리 크기를 네 차례 직접 측정했다. 이곳의 매미들은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듯’ 울고 있었다.

○ 매미 개체 수 늘어나 울음소리 커져

12일 오후 12시 20분 가로수가 늘어선 봉천동 현대아파트 옆 대로. 소음측정기에 85dB(데시벨)이라는 수치가 찍혔다.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 나는 소리 크기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집회 및 시위로 인한 소음을 막기 위해 확성기 등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 기준은 주간을 기준으로 주거지역 및 학교는 65dB, 기타지역은 80dB 이하로 이를 넘는 소음을 내서는 안 된다. 해가 진 야간에는 각각 60dB과 70dB 이하다. 주거지역에서 65dB 이상의 소음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신고시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매미는 ‘집시법’을 위반한 셈이다.

도로의 차량 소음이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차가 다니지 않는 관악구민운동장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측정했을 때에는 72dB이 나왔다. 취재팀과 동행한 서울대 환경소음진동센터 김규태 실장은 “72dB는 2, 3m 간격으로 끊임없이 차가 지나다니는 10차로에서 약 1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느끼는 소음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매미 울음소리는 수컷이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르는 ‘세레나데’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암컷 매미는 수컷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무를 옮겨 다닌다. 이 세레나데가 듣는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소음이다. 실제로 호주에 사는 삼각머리 매미와 배주머니 매미는 울음소리가 최고 120dB까지 올라간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용하던 부부젤라 소리가 127dB인 것을 감안하면 매미 소리는 귀를 먹먹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소음이다.

‘매미 소음 문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윤기상 대전 전민고 교사는 “최근 도심 지역의 매미 울음소리가 커진 이유는 매미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미 한 마리가 낼 수 있는 소리 크기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정하지만 한 나무에 살고 있는 수컷 매미 수가 많아지면서 서로 경쟁하듯 쉬지 않고 울어대기 때문에 더 시끄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유난히 덩치가 크고 울음소리가 큰 말매미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1970년대 서울 강남지역을 개발하면서 말매미가 좋아하는 플라타너스, 벚나무 등을 가로수와 아파트 단지의 정원수로 쓴 것도 개체수가 급속도로 느는 데 영향을 미쳤다. 말매미의 울음소리 크기는 약 80dB로 열차가 지나갈 때의 소음(80∼100dB)과 맞먹는다. 한국에 사는 매미는 14종 정도다.

매미 울음소리가 사람이 잘 들을 수 있는 주파수에 걸쳐 있는 것도 문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는 20∼20000Hz(헤르츠), 이 중에서 3500Hz 근처의 소리를 가장 잘 듣는데 매미 소리의 주파수는 약 2500∼5500Hz이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매미의 소리는 높게 솟아 있는 아파트 벽에 반사되면서 더 크게 들릴 수 있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이승환(곤충학) 교수는 “매미 소리의 파동이 벽에 반사되면서 공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10마리가 우는 소리가 벽에 반사되면 100마리가 우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밤에 더 시끄러운 매미소리

매미 울음소리는 유독 밤에 잘 들린다. 12일 오전 5시 창전동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매미 소리 크기가 평균 85dB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10일 오후 2시에 측정했을 때는 평균 70dB였다. 왜 낮과 밤에 차이가 날까. 김 실장은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차에 따라 낮과 밤에 소리가 전달되는 방식이 다르다”며 “밤에 매미 울음소리가 더 잘 들린다”고 말했다. 밤에는 지표면에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많다. 찬 공기는 공기분자가 뭉쳐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더운 낮과 달리 소리가 위로 확산되지 않고 주거지역 등 지상으로 퍼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끄럽게 들리는 것이다.

그러면 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를 막을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창을 설치하면 소리 크기가 20dB 정도 줄어들 수 있겠지만 더운 여름 내내 창문을 닫고 생활하기란 힘들다. 그렇다고 농약 같은 화학약품을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약을 칠 때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면 효과가 없으며 인근 생태계에 변화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김규상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연구센터 연구위원(산업의학 전문의)은 “소음에 수년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난청이 생길 수도 있지만 여름철 한시적으로 듣는 것은 심리적으로만 불편할 뿐”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귀마개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귀마개는 소음을 10∼15dB 정도 감소시킨다.

야간 조명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털매미, 말매미, 쓰름매미 등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매미들은 작은 불빛에도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가로등 조명 등을 낮추면 소음을 일부 줄일 수 있다. 이승환 교수는 “주거단지를 설계할 때부터 매미 등 주변 곤충의 생태계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곤충학자들이 매미가 싫어하는 나무를 연구하고 있는데 이를 찾아 정원수로 쓴다면 매미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조절해 소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