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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교회 진재혁 목사에게 묻는다

好學 2011. 5. 21. 18:26

지구촌교회 진재혁 목사에게 묻는다




















[미션라이프]이동원 목사의 후임으로 지구촌교회에 부임한 진재혁(46) 목사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국내의 대표적 대형교회의 하나인 지구촌교회가 진 목사를 후임으로 결정하자 많은 이들은 “진재혁 목사가 누구인가”라며 궁금해 했다.

미국의 명문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풀러신학교에서 리더십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태신앙으로 국제변호사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법률을 공부하려 했지만 신앙생활 가운데 점진적으로 목회자 소명을 확인하며 신학교에 들어갔다. 시카고 트리니티신학교와 풀러신학교에서 공부했다. 케냐에서의 3년간 선교활동을 거쳐 산호세 뉴비전교회에서 6년간 사역했다. 부임 초 1100여명이었던 뉴비전교회는 진 목사가 지구촌교회로 떠날 때에는 2600여명으로 성장했다.

최근 경기도 분당 지구촌교회 담임 목사실에서 만난 진 목사는 다부진 모습이었다.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유연성이 있을 것 같았다. 여러 차례 이동원 목사를 인터뷰 한 바로 그 자리에서 진 목사와 마주했다. 이 목사 시절에 방 안에 들어서면 그가 가장 존경한다는 스펄전 목사와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의 초상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진 목사를 인터뷰 하기 위해 똑 같은 방에 들어섰을 때 두 초상화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비교적 큰 TV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문득, 세월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퇴장한 그 자리에 새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지구촌교회 성도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이동원 목사의 가장 큰 장점은 밸런스(Balance·균형)와 포커스(Focus·집중)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다는 점

진 목사는 현재 이 원로목사와 동역 목회를 하고 있다. 이 목사는 3년 동안 진 목사가 연착륙 할 수 있게 돕는다. 설교도 번갈아가며 하고 있다. 후임자가 보기에 전임 이 목사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 물었다.

“모든 면에서 건강하신 분입니다. 무엇보다 균형 감각이 있습니다. 밸런스(Balance·균형)와 포커스(Focus·집중)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지요. 복음과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는 집중하면서도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균형감을 갖고 계십니다. 저와 성격은 다르지만 목회 철학과 사역 방향은 거의 일치합니다.”

그는 이 목사와 더불어 목회하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모든 목회자들이 멘토로 삼기 원하는 분과 함께 사역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넘치는 축복이라고 언급했다. “화이 낫(Why not·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이라고 반문하는 진 목사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진 목사가 후임으로 결정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나 비교적 그는 긴 시간 이 목사와 교류했다. 그는 이 목사를 오케이셔널(occasional) 멘토라고 말했다. 시시 때때로 멘토 역할을 해 주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목사는 청빙과정에서 진 목사와 사전 교감을 했을까. 여기에 대한 진 목사의 대답은 분명했다.

이 목사는 청빙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최종 결정될 때까지 진 목사와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 목사도 두 명으로 후보자가 압축될 때까지 자신이 거론된 것조차 몰랐다고 언급했다. 지구촌교회의 투명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두 명으로 압축 된 이후 청빙위원회에서 진 목사에 전화를 걸어 한국에 와 인터뷰를 할 것을 요청했다. 진 목사는 한국에 가서 인터뷰 받는 것은 거부했다. 시간이 없었다. 대신 전화로 청빙위원회와 인터뷰를 했다. 이후 연락이 왔다. 이것이 그가 밝힌 청빙과정의 전부다.

목회란 무엇인가-Where people are가 중요하다

진 목사는 목회를 개인적 측면과 사역적 측면으로 정의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끝없는 소망과 인간에 대한 한없는 회의가 만나는 곳에서 펼쳐지는 것이 목회다. 그에 따르면 목회자는 ‘인간이 과연 변할 수 있을 까’라는 회의와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끝내 변화시킨다’는 소망의 접점에서 사역하는 것이다. 사역적으로 목회는 하나님이 맡기신 영혼들이 하나님이 주신 은사로 스스로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돕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목회자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Where people are'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목회의 대상자들과 끝없는 소통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교회에서는 쉽지 않다. 조직과 효율이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다.

그는 목회자, 특히 대형교회 담임들은 조직적 효율성이 중시되는 가운데 어떻게 목회적 열정, 목회적 마음(heart)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질문한다고 한다. ‘대형교회에서도 심방하고 영혼 사랑이라는 초심을 가질 수 있는가’‘30분 단위의 만남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영혼의 문제와 직면했을 때 가던길 멈추고 그 영혼을 위해서 기도하며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는가’

진 목사는 비록 자신이 대형교회에 부임했지만 여전히 한 영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늘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제 대형교회 목회자가 되었지만 그는 낮은 자세를 늘 유지하려 한단다. 지금도 차를 탈 때 앞 죄석에 탈까, 뒷좌석에 탈까를 고민한다. 핸드폰 번호도 교역자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사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대형교회 목회자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효율적이지 않다. 교역자, 혹은 중직자가 매일 한 차례씩만 전화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나 그는 핸드폰 번호를 파트타임 전도사들에게까지 공개했다.

“파라바게트에 빵을 사러 갔어요. 적립카드 만드려는데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더군요. 번호를 당연히 줬지요.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아니, 파리바게트에는 전화번호를 주면서 어떻게 동역자들에게는 알리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요. 지금도 자주 파트타임 전도사님들에게서도 문자가 날라 옵니다.”

그는 결국 기득권을 얼마나 포기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득권을 어떻게 다 사용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가, 결국 초심을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지구촌교회는 전 교인이 연령별로 동일 본문을 갖고 말씀을 묵상하는 패밀리 큐티를 실시하고 있다. 전 성도들이 말씀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하려는 시도다.

“신앙생활은 하나님과 부단히 대화하는 것이지요. 말씀을 접하면서 하나님과 교제하며 그 분을 닮아가게 됩니다. 저 또한 말씀 묵상을 통해 늘 하나님과 동행해야 한다는 초심을 유지하려 합니다.”



이미 대형교회가 된 교회에 청빙된 목회자로서 진 목사는 어떤 부담을 지니고 있을까. 그는 2000년 초 2년 동안 지구촌교회에서 영어 사역을 펼친 경험이 있다.

“아마 한국교회가 그 때처럼 부흥하고 있었다면 굳이 한국에 오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흔들리는 이 때 지구촌교회로 부르신 그 분의 뜻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며 왔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그 뜻을 찾아 나가려 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자성과 배려가 필요하다

진 목사는 한국교회에 대한 어떤 말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오늘은 교제하기 위한 만남입니다”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코가 석자입니다. 먼저 많이 보고 배워야지요.”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가치로 ‘자성’과 ‘배려’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 한국교회는 모델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모델을 제시하고 모델이 되려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지구촌교회는 모델이 되기 보다는 여러 교회들이 모델이 되도록 도와주는 교회가 되기 원한다고 말했다. 목회가 하나님 맡기신 영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지닌 포텐셜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이라면 대형교회는 모든 이 땅의 교회들이 교회로서의 모습을 가지고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포텐셜을 발휘하도록 돕는 사역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정신적 파워가 무엇인지 혼미한 가운데 스스로 교회는 사회에 무엇을 던져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구체적인 사역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지만 무조건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기 원한다.

“성경에는 방황하는 한국 민족을 향해 던져 줄 수 있는 엄청난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갖고 교회 뿐 아니라 사회에 들어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는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그저 돕고, 그냥 다가가는 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는 리더십 전문가로서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더난출판사간)를 펴냈다.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신뢰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영적 리더십이야말로 세상에 통용되는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이라고 확신한다. 세상이 지금 성경적이며 영적 리더십을 찾는 시대에 교회 지도자들이 오히려 세상 리더십, 마케팅적인 전략을 찾아 나서는데 그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한다.

로마서 5장8절은 진 목사가 가장 마음에 두는 성경 구절이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교회 리더십이 필요하다. 만신창이가 된 기독교에 새로운 ‘술’을 부어 줄 새로운 리더, 그리고 새로운 부대로 판을 새로 짤 수 있는 트랜스포메이셔널(Transformational)한 리더가 필요하다. 지구촌교회 담임 자리는 한 교회 목회자로서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 자체가 정치적 자리다. 한 교회를 넘어 한국 교회에 얼마든지 영향(긍정이든, 부정이든)을 줄 수 있다. 그래서 40대의 진 목사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그가 이끌어 나갈 지구촌교회가 어떤 모양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아니, 그것보다 그가 한국 교회에 던질 메시지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이동원 원로 목사가 어떤 아름다운 은퇴 목회자의 모델을 제시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기대해본다. 지금 한국 교회에는 새부대가 필요하다!


이태형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