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가정의 달] 부부가 가정의 공동 CEO 되자

好學 2011. 5. 2. 20:47

[가정의 달] 부부가 가정의 공동 CEO 되자

 

기업의 효율적 경영기법 가정에 도입하면 성과 클 것
가족 회의·워크숍 통해 핵심가치와 목표, 가족사명서 함께 만들고 실행해야

수년 전 여성가족부 설문조사에서 아버지의 50.8%가 "자녀가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나와 의논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녀들의 답변은 전혀 달랐다.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는 자녀는 4%에 불과했다. 충격적인 사실이다.

프랑스 속담에 "가정은 국가의 심장"이라는 것이 있다. 심장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듯, 가정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계 최저의 출산율, 높은 이혼율과 결손가정의 증가, 가정폭력, 황혼이혼 급증 등 공고한 유대를 자랑하던 우리 가정이 병들고 있는 징후를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정이 살아나야 나라가 산다. 가정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 입안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지만 당사자인 가족 구성원의 노력이 선행된다면 행복한 가정을 넘어 국가의 심장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아버지들은 '가족을 위해서'라는 자기최면을 걸고 불철주야 일에 매진하는 삶을 살아왔다. 가정은 늘 뒷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을 핑계로 가정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시대를 초월한 진리다. 가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밖의 일도 잘될 리가 없다. 지독한 일벌레인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은 신입사원 교육에서 "일만 열심히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가정을 소홀히 하지 말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들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넘어 '일과 삶의 조화(Work-life harmony)'라는 새로운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양보다는 질, 즉 진심으로 가정에 관심을 기울이면 최소한의 시간 투자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부모가 되는 법, 아내와 남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준비 없이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된다. 무면허 남편과 아내, 무면허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양산(量産)되고 있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자식을 낳아 별 탈 없이 키우는 것만으로 부모 노릇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남편과 아내, 자격을 갖춘 부모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다. 다행히 아버지학교, 부모코칭학교, 예비부부학교 등 다양한 가정교육 프로그램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아버지학교 수강생이 2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큰 희망을 던져준다.

셋째, 가정의 CEO가 되어 체계적으로 경영하자. 기업과 가정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오늘날 가장 효율적인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업의 다양한 경영기법을 우리 가정 경영에 도입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다소 엉뚱하지만, 내가 오늘 우리 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신임 사장으로서 나는 가장 먼저 현재의 경영상황을 진단하고, 회사의 비전과 사명, 핵심가치를 재정립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것이다. 변화와 혁신에 동참시키기 위해 워크숍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직원과의 소통기회를 넓혀갈 것이다.

가정 경영도 다를 바가 없다. 이런 모든 것이 가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예산수립과 목표관리, 고객만족, 코칭과 동기부여, 칭찬과 경청, 기업문화 관리, 제안제도 등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매년 말에 회사의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몇 달을 소비한다. 그러나 가정의 신년계획 수립에는 거의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혹자는 가정을 경영하듯 기업을 경영한다면 모든 기업이 망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우린 한가족이니까 잘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주먹구구식으로 가정을 꾸려가서는 안 된다. 보다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도 체계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절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부가 공동 CEO가 되어, 회사에서처럼 가족 워크숍을 떠나보자. 우리 가족의 비전과 핵심가치, 중장기 목표 수립을 위해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보자. 가족헌법과 가족사명서도 만들어보자. 가족회의를 신설하고 '패밀리 데이'를 지정해보자.

다행히 가정은 기업에 비해 투자수익률(ROI)이 매우 높다. 가정은 혈연공동체이자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의 10분의 1만 투입해도 우리 가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화목하게 변화될 수 있다.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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