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나라를 살리는 인재를 찾는다

好學 2011. 4. 29. 21:41

나라를 살리는 인재를 찾는다

 

 

 

 

4월 달력에서 ‘28일’에 표기돼 있는 ‘충무공 탄신일’이라는 문구를 볼 때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우리 사회가 실천하고 있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더없이 크고 아름다운 형태로 명징하게 표출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볼 때마다 반갑다.


우리나라 달력에 ‘탄신일’이라 표기되어 있는 분은 모두 세 분, 성인이며 외국 출신인 석가(석가탄신일)와 예수(성탄절)를 빼면 순수한 인간이자 한국인으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오천년 역사가 배출한 수많은 인물 중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그의 생애는 물론 생일까지 기념하고 싶어 하는 분으로 유일하게 선택된 것이다. 그 일이 지닌 의미와 비중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름답고 호사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일어난다. 왜 그 많은 역사적 위인과 인재들 중에서 이순신 장군이 요즘 시대 우리 한국인들이 그토록 높이 평가하고 사랑하는 인물로 선택되었을까.

 

왜 한글 창제를 비롯한 여러 눈부신 업적으로 한국의 문화와 문명상태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킨 세종대왕조차 누리지 못한 호사를 유일하게 이순신 장군이 누리게 되었을까.


달력에 생일 기록된 유일 한국인

아마도 전 민족이 처절하고 가혹한 고통과 질곡의 세월을 겪었던 일제강점기의 경험에서 받은 통렬한 교훈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시대에 한국인들은 외국의 침략에 굴복하여 식민지가 돼서 외국인의 통치를 받으면서 민족 고유의 기상은 물론 말과 글과 문화와 이름까지 모두 빼앗겼다. 그런 경험을 겪고 보니 과거에 국가적 위기에서 홀로 떨치고 일어나 나라를 구해냈던 위대한 인물의 행위와 업적이 의미하는 바를 눈이 시리도록 남김없이 알아보고 제대로 평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사백여 년 전 임진왜란 때 노도처럼 밀어닥쳤던 국가적 위기 앞에서 이순신 장군이 보여주고 실천했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과 충정은 지나간 옛날이야기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살아있는 교훈으로 되살아나서 날로 새로운 힘을 주는 격려와 영감(靈感)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행적과 업적은 ‘오늘날의 공직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 볼 때 결정적인 지표가 되는 영원한 전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빛나는 생애에서 가장 크게 눈에 뜨이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큰 눈으로 대국을 바라보고 충심과 능력을 모두 바쳐서 그에 대처하고 헌신했던 삶의 자세였다. 바로 거기에서 국가의 치명적인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하는 강력한 힘과 찬란한 업적이 나왔다.

흔히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활약만을 꼽지만, 그가 세상에 크게 존재를 드러낸 것은 선조 16년(서기 1583년)의 니탕개란 때부터였다. 그해 1월에 1만여 기로 이루어진 여진족의 대부대가 니탕개라는 적장의 지휘 아래 함경도 국경지방인 육진 일대에 쳐들어와서 전쟁이 일어났다. 당시 적군은 기동력이 뛰어난 대규모의 기마부대여서 전쟁을 막는 일이 쉽지 않았다. 조선군의 가장 뛰어난 명장이라도 전투에서 처단하는 것은 적의 졸개들 수십 명 수준이지 적군의 수뇌부에는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때 이순신은 남병사에 소속된 군관으로 육진에 파견돼 참전했는데, 극비리에 계략을 세워서 극소수의 동료 군관들과 적군 최고 수뇌부 3인 장수 중 한 사람인 우을기내를 유인하여 생포하고 목을 베는 결정적인 공을 세움으로써 전쟁이 종식되도록 만들었다.

임진왜란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세운 한산대첩 등의 여러 뛰어난 전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의 생애에서 특히 빛나는 것은 명량대첩이다. 원균의 졸전으로 조선 수군이 모두 처절하게 무너진 뒤에 조정에서는 수군에게 바다를 버리고 육지에 올라가 싸우라는 명령을 내리도록 절망하고 있을 때, 그는 과감하게 나서서 왜군의 대전단이 서해로 돌아서 북상하는 길을 남해의 명량해협에서 가로막아 싸워서 대승첩을 이루면서 국가를 구해냈다.

이순신 DNA 핏속에 흐른다

어찌 그토록 절박했던 위기에 어찌 그토록 뛰어난 능력을 지닌 충절의 위인이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서 나라를 구해내었는지,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오늘날에도 새삼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그렇듯 뛰어난 위인을 배출해냈던 우리나라의 국가적 저력에 감동한다.

희망적인 것은 이순신적인 DNA가 지금 우리들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이순신의 생일까지 기리고 싶어 하는 국민적 정서에 비추어 보아도 훌륭하게 증명된다. 그것을 충실하게 계발하고 환하게 꽃 피워서 세상의 진정한 발전과 품격 있는 전진에 이바지하는 것이 우리 후인들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책무이다.

 


동아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