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民心

好學 2011. 4. 8. 20:50

民心

 

 

라틴 속담에 '복스 포풀리, 복스 데이(Vox populi, vox Dei)'라고 했다. '민(民)의 목소리는 신(神)의 목소리'라는 뜻이다. 이 말은 가톨릭 성인(聖人)을 뽑는 시성식과 관련이 있다. 18세기까지 성인 후보자는 대중적 인지도가 중요했다. '사람들이 성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신 또한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원칙이다. 유럽엔 비슷한 속담이 많았고 프랑스엔 패러디도 생겼다. '마누라가 원하는 것은 곧 신이 원하는 것이다.'

중국 고대 서경(書經)엔 '민심지욕(民心之欲) 천필종지(天必從之)'라고 했다. 그때도 백성이 원하는 곳으로 하늘이 따랐다. 사마천은 정치력을 높이려면 서경에 정통하라고 권했다. 맹자는 군주의 자리를 주고 뺏는 건 하늘이라며, 하늘은 반드시 민의가 따르는지 살핀 다음 덕이 있는 자를 군주로 골랐다고 했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1962년 새해 민정시찰에 나섰다. 당시 신문들은 "박 의장은 '브리핑'만을 위해 작성한 통계숫자가 탁상공론에 그칠 우려가 많을 경우 끝까지 엄격히 추궁했다"고 전했다. 특히 먹고살 양식이 떨어진 '절량(絶糧)농가'나 '실업자 구제용 건설공사' 통계를 세심히 파고들었다 한다. 그때도 화려한 통계숫자가 곧 민심 수습을 뜻한 건 아니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그제 인터뷰에서 "4·27 보선을 앞두고 총체적인 위기"라며 "정부는 경제 수치 좋다고 하는데 민심은 자꾸만 떨어져 나가니 허파가 뒤집힐 일"이라고 했다. 국민과 정부의 괴리감이 너무 커 "환장할 노릇"이라고도 했다. 그는 작년 6월 인터뷰에서도 4대강 사업을 거론하며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고 했었다.

▶민심과 바다의 비유는 제왕학의 으뜸이라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위징(魏徵)이 당 태종에게 올린 간언에 나온다. 1993년 김영삼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읽었다 해서 베스트셀러로 뜬 적도 있다. 이제 '권력은 배, 민심은 바다'는 한나라당의 십팔번 같다. 날씨 나쁠 때 민심의 바다는 동요하고, 뒤집어진다. '유례없는 수출 호조' '40%대 대통령 지지율' 같은 방파제에도 불구하고 그 바다가 쓰나미를 일으킬지 모른다. 요즘 '통계 민심'과 '길거리 민심' 사이 괴리 얘기는 고교생 블로그에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