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猝富, 名富, 義富

好學 2011. 4. 10. 23:15

猝富, 名富, 義富

 

 

'천석군', '만석군' 할 때의 '군(君)'은 '임금 군(君)'자에서 비롯된 말이다.

옛날 사람들도 암암리에 부자를 임금과 같은 반열로 대접하였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군이 제 역할을 못하면 '꾼'으로 전락한다. '노름꾼', '사기꾼'의 꾼이 바로 이 '꾼'이다.

졸부(猝富)는 꾼에 해당한다. 자기 먹고 마시는 데에만 돈을 쓰는 사람이 졸부이다.

어디에다 돈을 쓰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주 인색하면서도 자신의 밑구멍에 들어가는 돈에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 졸부이다.

이 졸부는 죽을 때도 나머지 재산을 자기앞수표로 바꾸어서 관 속에 넣고 가는 사람이다.

불가(佛家)의 고승들은 이런 사람들이 죽고 나면 금줄을 칭칭 감은 대맹이(큰 뱀)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금사망보의 과보를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옛날에 집을 고칠 때에 큰 구렁이가 나오면 어른들이 못 잡게 했던 것도 이런 구렁이를 재물신(財物神)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꿈에 큰 뱀이 보이면 돈 들어올 징조이다.

명부(名富)는 경주 최부잣집 같은 부자이다.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고, 과객 대접을 후하게 하고, 흉년에 가난한 사람이 헐값에 내놓는 땅을 절대로 사지 말자고 다짐한 부자였다.

경주 사람들은 최부자를 갖다가 단순한 부자가 아닌 경주의 비공식 임금(君)으로 존중하였다.

명부 외에 의부(義富)도 있다. 의로운 일에 돈을 쓰는 부자가 의부이다.

진주시 지수면의 5백 년 부잣집이었던 허씨 집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만석군이었던 허씨 문중에서는 돈을 모아 의장답(義莊畓)을 만들었다.

일종의 공익재단이다.

흉년에 배고픈 사람 먹여주고, 공공사업에 돈을 썼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회사였던 백산상회를 출범시킬 때에도 허씨들은 경주 최부자와 함께 거금을 내놓았다.

오늘날 진주여고도 원래는 1930년대에 허씨들이 세운 학교였다.

해방 후에 공립으로 내놓았지만 몇 년 전에도 소리 안 내고 허씨들이 100억원을 다시 내놓았었다.

백정(白丁)들의 신분 해방운동인 '형평사 운동'에도 허씨들이 돈을 댔다.

이 집안 후손이 이번에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GS허창수이다.

졸부가 아닌 의부 집안의 후손이 '만석군연합회'인 전경련을 맡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조용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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