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산 원유는 박정희 정부가 울산에 세운 대한석유공사 울산 공장의 시운전용이었다. 울산 공장은 한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세워진 원유 정제 공장으로, 1963년 12월 14일 준공됐다. 1일 정제 능력 3만5000배럴 규모였다. 울산 공장은 원유가 들어온 뒤 시범 가동을 거쳐 4월 1일 준공식을 가졌다.
- ▲ 박정희 정부가 울산에 세운 대한석유공사 울산 공장
우리나라에 석유 공장이 처음 세워진 것은 일제(日帝) 강점기인 1935년이다. 일제는 함경남도 원산에 연산 30만톤(1일 600배럴) 생산 능력의 조선석유주식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원유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2공화국까지는 원유가 수입되지 않았다. 국내에 원유 정제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시에는 휘발유 등 완제품만 국내에 수입됐다. 대한석유공사 울산공장은 정부와 미국 석유메이저인 '걸프'가 50대 50으로 지분을 공동 투자해 세운 회사였다. 대한석유공사는 이후 1980년 선경그룹에 인수됐고, 현재의 이름은 SK에너지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원유를 처음으로 수입한 것은 1969년 호남정유이다.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는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업체로 그해 3월 12일 여천공장 가동을 사흘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산 원유 36만배럴을 수입했다. 이보다 앞선 1961년 7월 20일 부산에서는 국내 최초의 원유 도입이라며 축하 퍼레이드가 벌어진 적이 있었다. 오늘날 현대오일뱅크의 전신인 극동정유공업이 미국에서 수입한 500톤의 조유(粗油)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유는 정확히 하면 원유가 아니며 원유에서 가스와 나프타분을 제거한 원료유였다.
현재도 중동산 원유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2008년의 경우, 수입 물량 8억6487만2000배럴(약 828억7011만달러) 중 86.3%인 7억4645만5800배럴(714억5339만달러 상당)이 중동 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