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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화상(畵商) 빌헬름 우데

好學 2010. 8. 31. 21:33

 

[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13] 화상(畵商) 빌헬름 우데

 

 

 

최근에 프랑스의 '나이브 아트' 화가 세라핀 루이(1864~1941)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세라핀'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나이브 아트'란 미술가로서의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들의 작품을 말한다. 이들의 그림은 서투르고 소박하지만 훈련받지 않은 화가에게서 찾을 수 있는 순수함 때문에 현대에 와서 관심을 끌게 되었다. 세라핀 루이는 상리스에서 하녀로 일하면서 집에 돌아오면 주변에서 흔히 보는 꽃이나 과일, 나무를 그렸던 화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상리스에 잠깐 와 있던 화상 빌헬름 우데의 눈에 띄어 1927년부터는 주요 화랑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고 점점 유명해졌다. 정밀하게 그린 과일과 나무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강렬하고 신기(神技)를 느끼게 한다.

세라핀을 발굴한 우데는 독일인으로 일찍이 무명이었던 피카소의 작품을 사들였고 피카소도 그의 초상을 큐비즘 양식으로 그린 바 있다. 그러나 우데의 열정은 무엇보다도 '나이브 아트'에 있었다. 그가 열정적으로 후원하고 단행본까지 쓴 앙리 루소(1844~1910) 역시 또 다른 '나이브 아트' 화가였다. 약 14년간 세관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중년의 나이에 아마추어 화가가 된 루소는 원래 앵그르처럼 아카데믹한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잠자는 집시〉 같은 그림은 어느 아카데믹한 화가도 그릴 수 없었던 꿈과 같은 요술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원근법과 신체 묘사는 서투르지만 이상하게 모두 앞으로 향하는 사자의 갈기나 집시의 옷 등은 아주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적막한 사막에서 사자가 잠이 든 집시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숨을 죽인 듯한 긴장감을 주지만 이들을 비춰주는 둥근 달이 뜬 밤의 풍경은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이고 신비스럽다.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이나 미술관, 또는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일반인을 위한 미술 실기 강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한다.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재능 있는 숨은 이들을 발굴할 한국의 우데는 어디에 있을까.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