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동티모르 라모스오르타 대통령
“한국 개발모델 배워 동티모르 성장 일굴 것”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조세 라모스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이 28일 오후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비폭력 평화주의’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
석유 등 자원 풍부… 글로벌위기에도 10%넘는 성장 지속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소장 박경서 석좌교수) 초청을 받아 이날 방한한 라모스오르타 대통령은 “2007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방문이지만 이전에 9, 10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도네시아의 대학살에도 불구하고 20여 년의 독립투쟁 과정에서 끝까지 ‘비폭력 노선’을 고수한 이유는….
“우리는 인도네시아 군인과 싸웠지만 민간인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그것이 동티모르에서 보스니아나 코소보처럼 민간인끼리의 복수극이 벌어지지 않은 이유다.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했지만 양 국민 모두 원수가 아닌 형제로 여긴다.”
―현재 동티모르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평화 유지, 그리고 빈곤 탈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발전이다. 또 교육과 보건, 식량의 자급자족, 인프라 건설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금이 필요할 텐데….
“우리는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자원이 있다. 2002년부터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해 현재 50억 달러가 쌓였다. 최근 한국가스공사 등과도 유전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내년 모두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 대목에서 동티모르가 자원 부국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동티모르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20위권이다.
―동티모르인은 한국을 어떻게 보나.
“상록수부대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유엔의 평화유지군으로 와서 많이 도와줘 한국을 잘 안다. 또 40년 전 가난했지만 모두가 열심히 일해 지금은 부자나라가 됐다는 사실도 안다. 이런 한국을 배우려 한다.”
―한국은 독립한 지 60여 년이 됐지만 여전히 분단국가다. 어떻게 하면 통일을 빨리 할 수 있다고 보나.
“독일 통일은 동독을 점령한 옛 소련이 망하고 나서야 가능했다. 국민을 억누르는 북한 정권이 소멸해야 한국의 통일도 가능할 것이다. 스탈린식 압제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적과도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정치무대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올해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당신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그도 내 눈을 보며 ‘우리는 같이 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비전을 제시하고 화해와 포용을 얘기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서 큰 희망을 본다.”
“김대중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존경한다. 경제위기 때 당선돼 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으로 동티모르에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서울에 와서 호텔에 장기간 머물면서 추천서를 작성했다.”
―한국인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국인은 굉장히 친절하고 아량이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많이 전수해 줬으면 한다. 현재 69명의 동티모르 산업연수생이 한국에 와서 일하는데 앞으로 이를 크게 늘렸으면 한다.” 동티모르는 국민의 절반이 실업자다.
라모스오르타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치려 하자 동티모르 커피를 선물하며 “100% 유기농으로 재배하며 콜롬비아산 커피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며 “오늘 밤에 마시면 내일 부인이 분명히 기뻐할 것”이라고 농을 건넸다.
독신인 그는 “계속 독신주의를 고집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내일 미인이 많다는 이화여대에서 ‘평화학’ 특강을 하는데 내일 일은 나도 모른다”라며 ‘하하하’ 웃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조세 라모스오르타 대통령은 ‘동티모르의 평화수호자’로 불린다. 샤나나 구스망 총리, 카를루스 벨로 주교와 함께 ‘동티모르의 건국 지도자 3인’ 중 한 명이다. 1949년 12월 26일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의 오지 마을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부터 기자로서 포르투갈 식민지배에 대항하는 정치활동을 펼쳤다. 1975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침공하자 해외로 망명했다. 24년간 해외에 머무르면서 동티모르인의 목소리를 국제무대에 전파해 ‘동티모르인의 국제목소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002년 5월 독립 이후 외교, 내무, 국방 장관과 국무총리를 거쳐 2007년 5월 제2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동티모르 역사▼
1600년대 포르투갈, 티모르 섬 점령, 지배
1749년 포르투갈-네덜란드 전쟁.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이, 서티모르는 네덜란드가 분할 지배
1975년 11월 동티모르 독립
1975년 12월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침략, 병합
1999년 8월 30일 독립투표 실시. 78.5%의 찬성으로 독립 쟁취
2002년 5월 20일 3년간의 유엔 신탁통치 거쳐 정부 수립. 샤나나 구스망 초대 대통령 취임
2006년 4월 정부군과 반군 유혈 충돌, 대규모 사상자 발생
2007년 5월 제2대 대통령에 조세 라모스오르타 당선
2008년 2월 라모스오르타 대통령, 반군 총격에 치명상, 5차례 수술 끝에 생명 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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