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생활한자]

[한자 이야기]<868>

好學 2010. 5. 17. 20:37

 

[한자 이야기]<868>

 

子曰, 夫召我者는 而豈徒哉리오…


공자가 말했다. “나를 부르는 것이 어찌 하릴없이 그러겠느냐?
나를 써주는 자가 있으면 나는 동쪽 주나라를 만들 것이다.”



‘논어’ ‘陽貨’의 제5장은 공자의 사적이 역사상의 시기와 맞지 않고 공자가 벼슬에 나아가려고 급급해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뒷사람이 끼워 넣은 것인 듯도 하다. 하지만 이 장의 일화는 공자가 세상 구원의 뜻을 강하게 지녔음을 예시적으로 말해준다고 볼 수도 있다.

노나라 季氏의 가신인 公山弗擾(공산불요)가 陽虎와 함께 季桓子(계환자)를 붙잡아 가두고 費邑(비읍)을 근거지로 삼아 반란을 일으키고는 공자를 부르자 공자가 그리고 가려고 했다.

 

公山은 성이고 이름이 弗擾인데 ‘춘추좌씨전’에는 不(뉴,유)(불뉴)로 표기했다. 그러자 子路가 기뻐하지 않아 하면서 “가실 것 없으십니다. 하필 公山氏에게 가려고 하십니까?”라고 따졌다. 그러자 공자는 위와 같이 대답했다.

 

豈徒哉는 어찌 하릴 없이 그러겠는가라는 뜻의 반어법이다.

徒는 ‘空然히’라는 뜻이다.

爲東周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대개 동방의 魯나라에 西周의 도를 일으켜 노나라를 西周처럼 번성한 나라로 흥기시키겠다는 뜻인 듯하다.

공자는 西周의 문왕, 무왕, 성왕, 강왕의 시대를 이상으로 삼았다.

공산불요가 공자를 써 준다 해도 季氏의 家臣인 그가 어떻게 東周의 정치를 일으키겠는가? 또 반란자가 거점으로 삼은 叛邑(반읍)에 의거하여 王業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 程이(정이)는 공자는 천하에 훌륭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는 없고 허물을 고칠 수 없는 사람이라고는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공산불요를 찾아가려고 한 것이되 그가 필시 잘못을 고치지 못할 줄 알았기 때문에 끝내 그를 찾아가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時中의 성인도 진퇴의 문제는 참으로 어려웠으리라. 하물며 이 혼탁한 시대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