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63>
曰, 懷其寶而迷其邦이 可謂仁乎아 曰, 不可하다…
양화가 “보배를 품고서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것을 仁이라 할 수 있겠소?” 하니, “仁이라 할 수 없소”라고 하였다. 양화가 “종사하기를 좋아하면서 자주 때를 놓치는 것을 知(智)라 할 수 있겠소?”하니, “知라 할 수 없소”라고 하였다. 양화가 “세월은 흘러가니, 세월은 나를 위하여 기다려 주지 않소” 하자, 공자는 “알았소. 내 장차 벼슬을 하리다” 하였다.
지난 호에 이어진다. 공자는 출타의 때에 노나라 대부 陽貨(양화)가 삶은 돼지고기를 보내온 것을 알고 예법에 따라 양화의 집으로 가서 사례하되 그가 없는 사이에 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중에 양화를 만나고 말았다. 양화는 “이리 오시오. 그대에게 할 말이 있소”라고 하고는 공자를 넌지시 비판하고 공자더러 속히 벼슬하게 하려 했다. 단, 孔子曰 이하만 공자가 마지못해 대답한 것이고 위의 문답은 陽貨의 自問自答(자문자답)일 수 있다. 중국의 李卓吾(이탁오)와 毛奇齡(모기령), 조선의 정약용이 이 설을 주장했다. 여기서는 잠시 주자의 설을 따랐다.
양화는 보배를 품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이 仁이냐고 물었는데, 이것은 공자가 도덕을 품고 나라의 迷亂(미란)을 구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이다.
不可는 각각 不可謂仁과 不可謂知의 준말이다.
從事는 政事(정사)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극,기)는 ‘자주’, 失時는 ‘기회에 미치지 못함’이다.
知는 智와 같다.
歲不我與는 세월이 나와 함께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는 양화의 비판과 재촉에 대해 이치에 근거해서 대답하였지, 그와 굳이 변론하려 하지 않았다. 공경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공경한 것도 아니다. 큰 이념을 위한다면서 일시나마 不義(불의)에 굴복하는 일은 결코 옳다 할 수 없으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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