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健康/(건강한 이야기)

100세를 사는 사람들(성생활)

好學 2009. 11. 10. 00:40

 

100세를 사는 사람들(성생활)

100세를 사는 사람들  고령의 ‘부부생활’ 해롭지 않다


성생활과 수명의 관계, 명백한 의학적 규명 아직 안돼

박상철(朴相哲·53) 서울대 의대 교수의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 취재팀이 전국의 100세 이상 노인 103인(남자 13명, 여자 90명)을 장수를 위해서는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 이것은 백세인들의 성(性)을 평가하는데도 그대로 나타났다. 성(性)은 단지 하나의 요인일 뿐, 다른 여러 가지 주위 생활환경들과 융합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박상철(朴相哲·53) 서울의대 교수의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 취재진이 전국의 백세인을 인터뷰한 결과, 노년기 성생활과 물리적 건강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정신적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김태현(52) 성신여대 생활과학대 교수는 “70~80대에도 성생활을 한다는 것은 부부의 사기를 높여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마음이 즐겁기 때문에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족 간의 관계가 원만한 백세인일수록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며, “백세 장수한 전남 곡성군 곡성읍 하현순 할머니(102)는 지금도 큰 방을 쓰고 계신데, 많은 노인들이 곁방으로 밀려나 집안의 주도권을 자식에게 넘겨주면서 급격히 노쇠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철 교수는 “고령에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은 물리적 건강의 지표가 될 수는 있어도, 장수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늙어서 성관계를 가지면 건강에 해롭다거나 장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속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인터뷰한 백세인 49명 가운데 배우자와 동거를 하는 경우는 3명(6.1%)에 불과했다”며, “이들은 모두 남자였으며 각각 배우자와 73년, 71년, 49년(재혼의 경우) 동안 동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인종·성별에 관계없이 사람이 100세까지 살 확률은 10만명 중 1명이며, 부부가 모두 백세인이 될 확률은 600만쌍 중 1쌍이라고 한다. 박상철 교수팀 조사에서 백세인들 중 상당수는 80대 중반까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혜 교수는 “부부가 함께 늙어가는 사람은 독거 노인에 비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낮고, 금실이 좋을 경우 스트레스 완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 조사에 따르면 백세인들이 배우자와 사별한 후 혼자 살았던 기간은 남자가 평균 19.5년이었고 여자는 37년을 조금 넘었다. 이는 배우자가 없어도 장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배우자 사별기간이 남자쪽이 짧다는 것은 “결혼이 남자에게 ‘남는’ 장사”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한 교수는 밝혔다.

늦둥이 출산이 여성 장수에 해롭다는 생각도 백세인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의 뉴잉글랜드(New England) 백세인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에서 자녀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4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재생산 기능 체계가 서서히 노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노화의 지연은 결국 장수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백세인들에 들어봤더니… ▒▒

여든 대여섯살까지 문제 없었지!

강원도 횡성군의 A할아버지(96)는 80세인 할머니와 10년째 손만 꼭 잡고 잠을 잔다. 50년 전에 현재 부인과 재혼했다는 A할아버지는 “여든 대여섯살까지는 할멈과 (성)관계를 가졌는데 10년 전부터 서로 건들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래야 오래 산다는 소리를 듣고 손가락을 걸었다”며 새색시처럼 얼굴을 붉혔다.

할아버지가 “이 나이 들도록 밥 해주고, 말 상대 해주고…, 할멈 나 사랑하지”라고 묻자, 할머니는 “사랑하지,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라고 대답했다. 노(老)부부의 대화는 갓 결혼한 부부의 정담(情談)과 별 차이가 없을만큼 애정이 넘쳤다. 16년 전에 수의(壽衣)를 장만했다는 A할아버지는 아직 밭농사를 지을 정도로 정정했으며, 머리를 깔끔하게 빗는 등 몸가짐도 단정했다.

A할아버지에게 “지금도 관계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가능할 지는 몰라도 약속을 깰 수는 없다”며 껄껄 웃었다. A할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성생활에 해롭다는 술·담배를 입에 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술·담배는 스트레스와 함께 성기능 및 성욕을 저하시키는 주범(主犯)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직 씨름에서 져본 적이 없다”고 자랑할 만큼 타고난 장사인 A할아버지는 매일 자신만의 독특한 운동법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매일 규칙적으로 마당을 30번 이상 왕복하고, 팔체조 300회와 다리운동 100회를 하루 두 차례 한다. 팔을 빙빙 돌리는 팔체조와 앉았다 일어서는 다리운동은 70~80년대 국민체조와 비슷했다. A할아버지는 “우습게 보일 지 몰라도 100살이 가깝도록 할멈과 건강하게 사는 것은 이 운동 덕분”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평생 오전 5시에 일어나 오후 10시에 취침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의 B할아버지(95)는 젊어서 소장수로 재산을 모았으며, 현재까지 재산관리를 본인이 하고 있다. 그는 매주 한번씩 면사무소에 들러 자신 소유의 부동산 지적도를 확인한다고 한다. B할아버지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묻자 “젊어서 난봉 피고 다닐 때”라고 대답했다. B할아버지는 요즘도 다방에서 젊은 여자종업원에게 밥을 사주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고 한다.

전남 곡성군의 A할머니(101)는 40세 때 남편과 사별했다. “혼자 사는 게 외롭지 않았느냐”고 묻자 “일흔까지는 외롭기도 했지만 혼자 자는 게 편해진 지 오래 됐다”고 답했다. A할머니는 “자식들 때문에 재혼은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남 구례군의 C할아버지(94)는 올해로 결혼 76주년을 맞았다. 92세된 아내와 하루 1~2시간씩 마을 산책을 한다는 C할아버지는 “할망구 손 잡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7~8년 전 할멈이 아픈 뒤로 그런 것(성 관계)은 모르고 지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군의 B할머니(85)는 D할아버지(96) 옆에서 아직도 수줍어하고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할아버지가 “할멈, 나 사랑해”라고 묻자 할머니는 가만히 웃기만 했다. 할아버지가 “할멈은 부끄러워서 말을 못해. 할멈도 나 사랑해”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고개만 끄덕였다.

D할아버지는 소학교 때 체육이 병(丙)이어서 오래 살지 못할 줄 알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할아버지는 젊어서부터 2년전까지 매일 운동을 했다고 한다. 아침마다 체조로 몸을 풀고 아령으로 팔 근육을 단련했다.

산골마을이라 매일 산을 오르기 때문에 다리 운동은 따로 하지 않았다. D할아버지는 “100살이 내일 모레인데 무슨 (성)관계를 갖냐”고 했지만 “할멈이 옆에 없으면 잠이 잘 안 온다”고 했다. 낫으로 풀을 베던 할아버지는 “자식과 함께 사는 것보다 할멈과 둘이 사는 게 더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