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 개항장과 삼천리 강산의 경관 |
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
제5부에는 서울과 평양을 제외한 전국의 고적과 풍경 사진을 모았다. 수원·인천·개성·공주·충주·군산·목포·대구·부산·함흥·회령 등 큰 도시의 풍경을 담고 있으며, 개항장의 경우 관청이나 거류지 등 일본인과 관련된 사진이 많다. 강원도와 황해도 관련 사진은 없고, 전라도 역시 개항장의 사진 몇 장이 전부다. 우선 수원 화성을 공들여 찍은 사진이 여럿이다. 장안문·화서문·화홍문·방화수류정·화성장대·용연·동북공신돈이 그것이고, 건릉과 화녕전, 용주사까지 넣으면 사진의 대부분이 정조와 관련된 유적이다. 잘 알려진 대로 화성은 전통적인 축성방법에 근대 서양 건축공법을 원용해 축조한 성이다. 효성이 지극한 정조는 뒤주에 갇혀 죽은 부친 사도세자의 묘를 양주에서 수원 화산으로 옮기며 1794년부터 96년까지 이곳에 대역사를 펼쳤다. 인천의 사진은 당시 일본인 거류지와 이사청, 부두의 풍경을 담고 있다. 부산과 원산에 이어 1883년 1월 개항한 인천은 서울과 가까워 외국인의 출입이 잦고 외국상사도 많이 주재했던 곳이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였고 조선시대에도 유수관(留守官)이 파견된 지역이다. 선죽교와 두문동비 등 고려의 충절이 서린 명소를 비롯해 태조릉과 관음사 등 고려 유적을 담은 사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삼밭 사진도 흥미롭다. 그밖에 경기지역에 속하는 유적으로는 북한산 중흥사의 대웅전, 남한산성의 수어장대, 파주 광탄의 쌍미륵 사진이 있다. 충청도에서는 공주와 충주 사진이 몇 장 포함되었다. 공주는 공산성에서 찍은 것이고, 충주는 임경업을 기리는 충렬사와 약사, 육각정 등을 찾을 수 있다. 은진 관촉사 미륵불도 렌즈에 담겼다. 전라도는 군산과 목포의 일본인 거류지와 이사청을 찍은 사진뿐이다. 경상지역의 경우, 대구의 사진은 별로 없지만 달성공원에 세운 신사로 보이는 사진이 이채롭다. 부산을 찍은 사진은 모두 일본인과 관련된 것이다. 1876년 개항한 부산은 한국 침략을 도모하는 일본의 전초기지였기 때문이다. 초량을 거류지로 삼은 일제는 그 세력을 확대해나갔고, 1905년 개설되어 시모노세키(下關)와 부산을 오간 관부연락선을 통해 일본 국내와 한국을 연결시켰다. 또한 경부선 철도를 개통해 서울과의 거리를 시간적으로 크게 줄였으며 부산 연안 개펄을 매립해 시가지와 항만을 확장했다. 사진에 보이는 잔교나 매립지, 세관공사 등은 그 과정의 일면을 담은 풍경이다. 함경도 지역은 주로 함흥과 회령의 풍경을 담고 있다. 청나라 지역인 간도 두 곳의 시가지와 안둥(지금의 단둥) 부두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함흥은 함경도의 중심도시로 함흥평야를 비롯해 역사 유적도 적지 않은 곳이다. 두만강가의 국경도시인 회령은 청국과의 무역 및 탄광지로 유명했다. 한국인이 대거 이주한 간도지방의 훈춘 및 옌지의 시가지 풍경이 일본인이 한국을 촬영한 사진집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당시 간도가 한반도 생활공간의 일부였음을 말해준다고 할 것이다. 개항장 이외의 지역은 대체로 고적과 풍경을 담고 있다. 한가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소중한 사진들이다. 이제는 사라져 볼 수 없는 고적이 적지 않고, 변해버린 풍광까지 감안하면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미지들이 대부분이다. 언뜻 보기에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듯한 100년 전 고적의 모습에서 우리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가두어 가꾸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숨쉬던 고적의 풍경이 더 정겨워 보인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당장이라도 삼천리 강산 곳곳에 오늘날까지 남아 숨쉬는 고적을 찾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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