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새벽빛으로 밝히는 단풍잎
새벽 숲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홀로 걷는 길이지만 가슴에 품고 기도해야 할 영혼들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숲은 어둠에 잠겨있지만 걸음걸음 그 영혼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에는 또 하나의 등불로 밝혀집니다.
숲에 새벽이 오면 단풍든 나무가 가로등처럼 숲길을 제일 먼저 밝힙니다. 매일 세상을 밝히며 찾아오는 새벽을 가장 닮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 마음이 기도가 되어 붉은 단풍으로 가장 먼저 물들었나 봅니다. 아니, 그 마음이 들켜 미안했던지 새벽이 밝아오면 단풍잎은 더욱 붉게 물들어 가며 새날을 깨우고 있습니다.
동쪽하늘부터 붉게 물들이며 찾아오는 새벽은 그래서 가장 먼저 단풍나무를 깨우고 그 잎에 붉은 빛으로 함께하나 봅니다. 새벽이 머문 가녀린 단풍잎이라 할지라도 그 밑에 머물면 가장 먼저 새날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을새벽은 하늘을 닮아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나무 아래서 기도로 머물고 싶습니다.
아! 숲의 새벽은 이렇게 밝아옵니다. 어두웠던 숲길, 몇 그루의 단풍나무에 하늘빛이 머물게 될 때 어둠은 이렇게 물러갑니다. 숲에 새로운 날이 밝아옵니다. 우리도 하늘빛이 머무는 영혼이 된다면, 새로운 희망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마음이 된다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나뭇잎처럼 새로운 날은 우리의 영혼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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