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성인 인구의 10%가 자살 당사자인 나라

好學 2012. 9. 17. 23:45

 

성인 인구의 10%가 자살 당사자인 나라

 

자살 재시도 가능 60만~70만명… 가족만 따져도 300만~400만명
노인·여성 자살률 매우 높아… 개인 문제 아닌 사회 문제 부상
고위험군부터 특별 관리하고 취약 계층 대상 중점 지원해야

 

 

우리나라는 한 해에 1만6000명 가까이 자살로 목숨을 잃는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31.7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이다.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사망 원인 4위이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두 배가 넘는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자살 사망자의 20배 정도로 추정한다. 1년에 약 30만명이 자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자살 재시도 가능성이 큰 사람이 적어도 60만~70만명은 살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들의 가족만 계산해도 300만~400만명이니 성인 인구의 약 10%가 자살의 직접 당사자인 셈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자살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자살률은 그동안 거의 세 배가 늘었다. 대부분 국가에서 자살률이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예외이다.

왜 이렇게 자살률이 높을까? 우리나라 자살의 특징을 보면 그 원인도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자살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노인 자살률이다. 60세 이상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60명이 넘고, 80세 이상은 100명이 넘는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자살률 증가 대부분은 노인 자살률 증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가난과 질병, 외로움이 결합된 자살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행복하지 못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으니 더욱 걱정이다.

우리나라 자살의 두 번째 특징은 높은 여성 자살률이다. 특히 젊은 여성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고 역할이 변화하면서 우리나라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서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2011년 8개 대학병원에서 자살 기도 후 응급실을 찾은 사람을 심층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자살 시도자 3분의 1은 우울증 등 정신 장애로 인한 것이었다. 스트레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인 관계에서의 갈등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고 살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말로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을 살해하거나 남을 살해하는 극단적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자살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변화와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자살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해결하는 데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며, 죽으려는 사람은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1년에 국민 1만5000명이 죽는데도 정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자살의 직접적 위험에 놓인 국민이 수백만명이나 되는데도 아직 다들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면서 언론과 인터넷 포털은 잠재적 자살 시도자에게 방법과 이유를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이제 우리에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마침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에 관한 법률도 제정·시행되었다. 대부분의 자살은 예방 가능하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가 급선무이다. 자살 기도 후 응급실을 찾는 연간 4만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전국 160개 정신보건센터에 자살 예방 전담 인력을 충원해 주어야 한다. 질병에 신음하는 독거노인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중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보급해야 한다. 서울 노원구의 성공적인 자살 예방 사례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한 방법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취약 계층에 대한 우울증 검진과 치료 지원은 즉각 시행되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자살은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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