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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피카소와 발레 뤼스

好學 2012. 9. 12. 17:46

 

[83] 피카소와 발레 뤼스

 

 

파블로 피카소의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1922년)을 보면 늘 가슴이 시원해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해변을 달리는 이 장대한 두 여성은 당시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고 있던 피카소의 양식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원래 34×42.5cm 크기의 불투명 수채화였으나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의 기획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부탁으로 10×11m 크기의 무대 커튼으로 확대되었다. 당시 디아길레프는 발레 뤼스를 창단해 무용·음악·시·회화를 종합하는 혁신적인 아방가르드적 공연으로 파리에서 대단한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

이 커튼은 1924년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공연한 '파란 기차'(Le Train Bleu)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프랑스 칼레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고급 야간 급행열차의 이름을 딴 '파란 기차'는 지중해 해안에서 즐기는 남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연이었는데, 장 콕토가 대본을 쓰고 코코 샤넬이 의상을 담당했다. 피카소 자신은 본인의 그림이 사용된 커튼이 매우 마음에 들어 사인을 하기까지 했다.

피카소가 디아길레프와 작업한 것은 '파란 기차'가 처음이 아니었고 다섯 번이나 발레 뤼스의 무대 디자인에 참여하였다. 에릭 사티가 작곡하고 장 콕토가 대본을 쓴 '파라드' 공연에서 그는 의상을 담당했는데 두꺼운 종이로 된 입체주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고 당연히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인연으로 피카소는 러시아 발레리나인 올가 코클로바를 만나 결혼을 하기도 했다.

디아길레프는 피카소뿐 아니라 수많은 재능 있는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었고 새 작가를 발굴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여성화가 곤차로바, 스페인의 화가 미로 등이 무대 디자인을 했으며, 약관 28세의 스트라빈스키는 '불새'를 작곡했다. 그 외에 무용수 니진스키, 이사도라 덩컨 등이 발레 뤼스의 무용수로서 활약했다. 발레 뤼스는 파리·런던·뉴욕에서 공연을 했으나 1929년 디아길레프가 죽으면서 해체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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