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치는 들판'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총 면적이 동서로 1.6㎞, 남북으로 0.5㎞에 달했다. 관람자들은 작가가 디자인한 검소한 숙소에 머무르면서 채식으로 마련된 식사를 하고, 기둥 사이를 걸어다니거나 하루 종일 들판을 바라볼 수 있다. 번개가 치는 날에는 순간적으로 번개가 스테인리스 기둥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관을 목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가 중요시한 것은 번개 구경보다는 빛의 효과였다. 400개의 스테인리스 기둥은 빛에 예민해 새벽에는 아침 햇살에 기둥이 반짝이며, 정오의 눈부신 태양광선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새벽이나 황혼이 깃들 때에는 전체가 다 보이고, 밤에는 별을 바라볼 수 있다. 거대한 규모의 이런 작품에서 받는 물리적이면서 심리적인 경험은 미술관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생생한 체험이기도 하다.
자연 속에서 흙, 바위, 모래 등을 조금씩 변형하거나 첨가해 작업하는 이러한 미술운동은 대지미술(Earth Works)이라 불리며 1960년대 말부터 성행했다. 대지미술가들은 미술시장이 확대되면서 작품의 상업성 여부가 성공의 지름길이 되고 작품이 상품처럼 거래되는 것에 저항하면서 야외에서 자연을 소재로 작업했다. 대지미술의 시작은 당시 고조된 환경에 대한 관심과 히피 문화의 자연 회귀 정신과도 연관이 있다. 이들 작품은 당연히 사고팔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떤 작품은 일정 기간 이후에는 철거되므로 사진 자료만 남아 있기도 한다. '번개치는 들판'은 현재에도 볼 수 있으며, 디아 미술재단에서 의뢰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