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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폼페이의 비의(秘儀)의 집

好學 2012. 1. 17. 21:21

[57] 폼페이의 비의(秘儀)의 집

 

 

 

아이슬란드의 화산재 때문에 유럽 공항들이 한동안 패쇄되었다. 화산재로 인한 이런 파동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산 폭발의 하나였던 이탈리아의 베수비오 산을 떠올리게 한다. AD 79년 8월 24일, 나폴리 만 연안에 위치한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해 낸 뜨거운 가스와 화산재, 그리고 화산암은 이 일대의 도시인 폼페이와 에르콜라노를 완전히 뒤덮어버렸고 약 2000명이 사망했다. 그 후 1600여년 동안 잊혔던 폼페이는 1748년에 우연히 우물을 파다 유물들이 나오면서 다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현재 옛 도시의 4분의 3 정도가 발굴되었다.

인구 약 2만 정도였던 폼페이는 특별히 중요한 도시는 아니었지만 로마 귀족들의 정원이 딸린 별장이나 부유층의 빌라들이 많은 곳이었다. 이 가옥들에는 아름다운 정원이나 풍경, 또는 도시를 벽화로 그려, 집안에서도 신선한 야외 광선과 대기를 접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했다. 대부분의 고대회화들이 거의 다 없어져 버린 반면, 이 벽화들은 화산재 더미 밑에서 오히려 보존이 잘 되었고, 오늘날에도 로마시대 회화의 뛰어난 수준에 감탄하게 한다.

폼페이 시 외곽에 있었던 '비의(秘儀)의 집'(약 기원전 50년)에는 벽화들이 거의 파손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집주인이 누구였고 누가 그렸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1.6m 높이의 네 벽 전체에 여러 장면으로, 마치 무대 위에 있는 인물들처럼 그려진 방이 발견되었다. 이 벽화는 당시 법으로 금지되었던 주신(酒神) 바쿠스 의식의 입회식을 묘사하고 있다.

바쿠스 추종 신앙은 가장 비교(秘敎)적인 종교였는데, 포도경작이 주산업이었던 이곳에서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강렬한 빨간색을 배경으로 결혼을 앞둔 순결한 젊은 여성의 화장 장면, 의식의 하나인 매질 등, 술의 신일 뿐 아니라 쾌락과 다산(多産)의 신이기도 했던 바쿠스와의 신비스러운 결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이 벽화는 로마인들의 비밀스러운 종교의식을 엿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