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안산동산교회
교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재활시설에서 회원들이 물건을 만들며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안산동산교회 제공
경기 안산시 안산동산교회는 교육과 장애인 사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다. 김인중 담임목사는 “배고픈 시절 내가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는 하나님 말씀밖에 없었다”며 “그분께 받은 선물을 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중 담임목사
1950년대 경기 부천. 11남매가 있는, 흥부네 닮은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아버지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였고, 어머니는 암으로 일찍 세상을 등졌다. 6명의 형과 누나도 차례로 하늘나라에 갔다. 6·25전쟁 중에도 목숨을 부지했던 혈육들을 앗아간 것은 어이없게도 굶주림이었다. 소년은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린 뒤 자하문의 경복고까지 매일 뛰었다. 그러느라 겨울에도 땀을 흘렸고 교복에는 소금이 하얗게 내려앉았다. 몇 포대의 강냉이 가루로 가족이 연명하는 형편에 버스비는 사치였다.
집 주변 교회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공부하던 소년은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정말 계신 게 맞습니까? 신앙은 없는데 저 좀 도와주세요. 사는 게 지긋지긋하게 힘듭니다. 돈 없으니까 서울대 보내주면 그땐 정말 믿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멋지고 훌륭한 학교를 세우겠습니다.”
소년의 기도는 이뤄졌다. 재수 끝에 서울대 사범대 불어교육과에 입학했다. 소년도 약속을 지켰다. 목사가 됐고 1995년 교회 옆에 번듯한 학교를 세운 것.
흥부네 10번째 아이가 경기 안산시 상록구 안산동산교회(예장 합동 교단) 김인중 담임목사(63)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활동하던 그는 대학 졸업 뒤 총신대 대학원에 진학해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1976년 9월 그는 다시 가야 할 길을 찾았다. 반월공단 조성을 보도한 신문 기사였다.
“동아일보 사회면 톱기사였어요. 기사를 보는 순간 번갯불에 맞은 것처럼 떨리고 가슴이 쿵쿵 뛰었어요. 이곳에 가서 목회를 하면서 나처럼 가난하고 힘든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죠.”
1979년 6월 스티로폼과 전기장판을 깐 지하실에 7명이 모여 교회 설립예배를 올렸다. 주변에는 공장 세 곳만 입주해 있었고 군데군데 염전이 있었다.
30여 년이 지나 16일 기자가 찾은 교회는 대학 건물을 연상시켰다. 본당 이외에 카페와 서점, 체육관, 공연이 가능한 홀,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체육관은 연중 개방해 지역 주민들이 여가시설로 활용하고, 홀에서는 인근 고교의 축제가 열린다.
교회는 이제 출석신자 1만8000여 명으로 성장하면서 지역사회와 단단하게 결합했다. ‘안산다, 안산다 하면서 산다’는 안산에 스스로 찾아온 김 목사는 선교를 넘어 아름다운 지역사회의 꿈을 키워왔다.
미션스쿨인 안산 동산고는 지난해에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130여 명을 진학시켰다. 무엇보다 집단 따돌림과 촌지, 폭력이 없는 학교로 알려져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다. 전체 학생의 60%가 비신자다.
교회는 야간 무료 공부방인 푸른꿈동산학교도 개설했다. 대학생 10여 명이 교회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방 교사로 봉사한다. 교회 주변 학원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만 받아들일 정도로 지역 사회를 배려하고 있다. 인근 상록구 일동에도 매일 50명이 공부하는 무료 공부방을 운영한다. 신자 이재영 씨(59)는 “큰 교회이지만 작은 단위의 모임이 활성화돼 있어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 때문에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자랑스럽게 ‘동산교회 다닌다’고 한다”고 말했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사역도 교회의 주요 관심사다. 동산노인복지관은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사회교육과 물리치료, 수지침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12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있다. ‘장애인에게 최고의 재활은 직업 재활’이라는 인식에서 보호 작업장, 장애인과 사회재활교사들이 함께 생활하며 독립을 준비하는 그룹 홈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이제 먹고살 만하다지만 아직도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적지 않습니다. 교회는 정부나 지자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연결하는 실핏줄이 되어야 합니다. 빛이 어둠을 밝힐 만큼 밝지 못하고, 소금은 짜지 않아 제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반성과 노력을 더 해야죠.”(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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