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音樂/[대중음악감상]

신중현과 뮤직파워 / 아름다운 江山

好學 2011. 9. 24. 06:41

 

아름다운 江山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실바람도 불어 와
부풀은 내 마음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네가 있고 내가 있네
손 잡고 가 보자 달려 보자
저 광야로우리들 모여서 말해 보자 새 희망을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 와
부푼 내 마음 우리는 이 땅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태양이 비추고
하얀 물결 넘치는 저 바다와 함께 있네
그 얼마나 좋은가 우리 사는 이곳에
사랑하는 그대와 노래하리

노래 불러요 아름다운 노래를 노래 불러요
아름다운 노래를노래 불러요
아름다운 노래를노래 불러요
아름다운 노래를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 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보고파
봄 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온다네
아름다운 강산 너의 마음은 내 마음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
너와 나는 한 마음 너와 나우리 영원히 영원히
사랑은 영원히 영원히 우리 모두 다 모두 다 끝없이 다정해

 


 
신중현과 뮤직파워 / 아름다운 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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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강산'

 

  신중현의 작곡 중, 아직까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재해석되고 있는 곡은 '미인'이다. '미인'은, 독특한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묘하게 뇌리에 남는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명곡이다. 장기하와 리쌍이 최근 함께 만든 '우리 지금 만나'의 리프는 명백하게 '미인'을 포함한 신중현과 엽전들 1집 전체의 기타 리프 스타일에 대한 오마주다.

 

  이 곡 못지 않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상당히 많은 평자들로부터 20세기 대중음악 최고의 명곡으로 꼽히는 곡이 있는데, 바로 그게 '아름다운 강산'이다.

 이 곡의 훌륭함은, 전편에서 언급했지만 이선희의 리메이크 때문에 많이 가려져 있다. 

  이선희 버전의 경우, 기본적으로 보컬의 역량과 함께 가사의 보편성이 강조되어, 이 곡이 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거치며 건전가요 같은 이미지로 자리잡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강산'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멜로디 라인과 가사보다 대규모 악곡 구성의 가능성에 있다.

 

두 개의 아름다운 강산

 

  이 곡이 박정희 정권 당시, 대통령 찬가를 만들라는 강압에 대한 반항적 답변으로 완성되었다는 것은 너무 유명한 일화다한 사람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곡을 쓰겠다는 원래 의도만큼이나, 더 맨과 함께 녹음한 첫 버전은 민주적인 풍성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가득 차 있다. 신중현 본인도, 창작 의도가 가장 잘 살아있는 것으로 이 버전을 들었다고 한다.

 70년대 더 맨 음반에서는 제작사의 요청으로 끝부분 연주가 상당히 삭제된 채 발매되었다는데, 다행히 2002년도판에서 모두 복원된 사운드를 들을 수 있고, 음반은 이후 절판된 걸로 알고 있지만 유튜브에는 올라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Mwhj7vlj76Y

 

 아름다운 강산은 신중현이 가장 애착을 가진 곡으로, 이후 본인의 여러 음반에서 지속적으로 리메이크했는데, 원래의 편곡과 다른 느낌으로 또다른 매력을 가진 것으로는 엽전들 2집에 수록된 녹음을 들 수 있겠다. 이것 역시 유튜브에 올라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YXq1IaIx-9A&feature=related

 

  더맨 시절의 녹음이, 하늘과 산과 강과 바다를 모두 포함해 강산을 노래하는 풍요로운 느낌이라면,

엽전들의 녹음은 구름이 자욱한 하늘 위를 걷는 듯 몽환적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세션의 규모 역시 그러한 특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두 버전 모두 넓은 의미에서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지미 헨드릭스나 비틀즈, 도어즈 풍의 사이키델릭 사운드와는 명백히 차별화가 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작곡 단계부터 단단한 뼈대를 갖고 논리적으로 작곡되었기 때문이다.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곡은 기승전결이 명확한 반면 멜로디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너무 정석적인 하드록 풍 연주를 택한 뮤직 파워 버전은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들고, 이선희의 멜로디 라인을 강조한 편곡에서는 군중의 합창이 어울리는 응원곡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더맨 버전과 엽전들 버전이 매력적으로 들리는 이유도 같은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아무리 변주를 추상적으로 전개한다 해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게끔 원곡이 튼튼하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명작의 그림자

 

  이 곡은 한국 대중음악의 축복이었지만, 신중현 개인에게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당시 신중현은 '아름다운 강산'을 작곡한 뒤 MBC에 출연히 귀밑에 머리핀을 꽂은 장발 머리를 휘날리며 무려 18분에 달하는 사이키델릭 연주를 선보였다는데, 이 방송을 본 청와대가 가만 있을 리 없었을 것이다(참고로 귀밑에 머리핀을 꽂은 이유는, 장발 단속 기준이 '귀가 보이느냐 아니냐'라던 경찰의 답변을 비웃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신중현이 작곡하는 곡마다 황당한 이유로 금지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게 '곡 퇴폐, 창법 저속, 가사 저속' 등이었고, 김추자가 불렀던 '거짓말이야'는 '불신감 조장'을 이유로 금지되었다(그러나 실제로 이 곡을 금지시킨 이유는, 아마 곡 제목 자체에 있었으리라).

  신중현과 엽전들 2집은 이런 상황에서 제작되어, 역설적인 의미의 기념비적 음반이 되었다. 모든 곡이 금지되는 상황에 못견딘 신중현이 애국적인 곡은 정권도 어쩔 수 없을 거라 생각해, 음반 전체를 건전 가요로 가득 채웠던 것이다.

 그래도 '아름다운 강산'의 새로운 버전과 국악 리듬으로 단순하게 녹음된 '산아 강아'는 훌륭했지만, 음반 전체가 주는 분위기는 비참하다. 더 끔찍했던 건 이러한 곡들마저 모조리 금지곡으로 지정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박정희 정권의 명과 암을 논할 때 대체적으로 경제 발전과 민주화가 대립되어 언급되곤 한다. 그러나 신중현의 경우로 우리가 살필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 발전의 측면에서 박정희 시대에 짙게 드리운 어둠일 것이다. 실제로 70년대 후반 불어닥친 가요계 정화 운동에 의해 신중현을 비롯해 뛰어난 음악인들이 모두 사회적으로 숙청당했고, 이는 한국 대중문화가한동안 끔찍한 암흑기를 맞는 원인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을 기준으로 신중현에게 지나친 저항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식의 접근에는 반대한다. 신중현의 음악 스타일 자체가 저항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중요한 곡들 대부분이 사랑 노래다), '아름다운 강산'에 얽힌 일화도 저항성보다는 예술가적 자존심으로 이해하는 게 더 적당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