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광양 대광교회
산모 챙기고… 아이 봐주고… 노인 돌보고…
《광양대광교회(전남 광양시 중흥동·예장통합 교단)는 기존 교회와는 상당히 다르다.
한마디로 교회가 아니라 종합복지센터를 연상시킨다. 본당 뒤편으로 가면 놀이동산에서 봤을 법한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에는 사무실이 있는 아로마센터와 아가페센터, 아름다운 가게, 아로마요양원 푯말이 있고 오른쪽에는 아쿠아 카페, 엄마랑 아기 학교, 어린이집, 소극장, 교육원이 차례로 나온다.
교회의 큰 울타리도 없고 건물 사이에는 도로도 있다. 아쿠아(물) 아로마(향기) 아가페(사랑)는 교회가 추구해온 정신을 상징한다.》
교회 문턱을 낮추고 지역 주민을 위한 나눔 활동에 주력해온 광양대광교회는 사회복지형 교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공격적인 선교로 때로 물의를 빚어온 개신교계에서 신앙을 강요하지않고 지역의 현실에 눈을 돌린 목회도 신선하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신정 담임목사
최근 방문한 이 교회는 1200여 평의 대지에 본당을 중심으로 6개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위압적인 풍모의 교회당을 자랑으로 여기는 일부 개신교계의 시각에서 볼 때 이 교회의 모습은 파격에 가깝다. 이 교회는 더 높이, 더 크게 건축하려고 경쟁하는 대신 신자와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을 늘려 왔다. 그래서 이 교회는 지역 사회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교회로 불린다.
광양대광교회는 개신교계에서 ‘사회복지형’ 모델로 손꼽힐 만하지만 1993년 개척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본당만 덩그러니 있었고 주변의 아파트 몇 채를 빼면 공지가 대부분이었다. 변화는 1997년부터 시작됐다.
서울 연동교회 교역자 출신으로 2대 목사로 부임한 신정 목사(52)는 연고가 없는 외지인이 많고 문화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역 현실에 주목했다.
‘엄마랑 아기 학교’와 ‘임산부학교’가 잇달아 생겼다. “처음 이곳에 와 보니 여성, 특히 임산부를 돌보는 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했어요. 남편이 제철소나 직장으로 출근하면 여성은 거의 외톨이였습니다. 친정은 멀고 친구도 없어 임신한 상태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신 목사)
임산부학교는 임산부의 건강과 태교, 음악, 모유 수유 등을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큰 호응을 받았다. 매년 2기수씩 약 1000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엄마랑 아기학교는 한마디로 엄마는 쉬고 아기는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배려한 프로그램이다. 엄마와 24∼36개월 된 아이들이 대상으로 지금까지 2500여 명이 수료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본당을 빼면 나머지 공간에는 십자가나 성화 등이 없다. 신 목사는 “목회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를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이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라며 “강요하지 않아도 교회 활동에 익숙해진 분들이 신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80명이던 신자가 지금은 1500명이 넘게 출석하고 있다.
실제 교회에 개설된 모든 프로그램은 신자와 비신자 구분 없이 동등하게 개방돼 있다. 주중에 1000명 이상이 교회 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70% 이상이 비신자다. 아로마센터만 해도 맨 위층부터 소체육관, 지역아동센터, 탁아원, 상담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김시원 양(11·백운초교 4년)은 “2년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교회에 들러 문제집도 풀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논다”고 말했다. 아쿠아센터에는 주민들의 휴식을 위한 330여 m²의 카페도 있다.
지역과 함께 걸어가고 성장하자는 교회의 정신은 신자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만난 신자 이임희 씨(49·광양시 금호동)은 “교회가 고향과 생활수준, 신앙, 나이 등이 다른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교회의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자원봉사도 하면서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교회들이 고민하고 있는 건축문제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우리도 건축을 꽤 여러 번 했죠.(웃음) 하지만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었죠. 몇백억, 몇천억 들여 교인들이 주일(일요일)에만 쓰는 건축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죠. 지역에 있어서 그런지 건축보다도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이 훨씬 더 절박하게 느껴집니다.”(신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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