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플래퍼
- ▲ 1927년 매클루어 잡지 표지 에 등장한 플래퍼. 나중에 우표로 만들어졌다.
여성의 의상은 신체에 쓰인 언어와 같다. 의상과 외모 그리고 행동에서 여성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화 또는 표현하려고 한 시기는 19세기 말 근대화시기로, 경제적 사회적으로 독립적인 인격체를 추구하면서부터였다. 이 무렵 변화하던 여성의 이미지를 잘 포착했던 미국의 삽화가는 찰스 다나 깁슨이었다. 그는 꼭 끼는 의상과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고 남자와 같은 재킷을 입기 시작한 여성을 라이프지에 그렸는데 이 이미지가 그 후 신문이나 잡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깁슨 걸'로 불렸다. '깁슨 걸'은 독립적이고 매력적이면서 야망을 가진 활동적인 여성으로서 당시 가장 선망하는 여성의 전형이 되었다.
도도하면서도 정숙했던 '깁슨 걸'은 1920년대에 보다 자유분방한 '플래퍼 (flapper)'로 바뀌게 된다. 미국의 황금시대였던 20년대의 풍요로움 속에서 플래퍼는 짧은 드레스를 입고 단발머리를 하고 스타킹을 말아 내린 옷차림을 하고, 술·담배를 하고 춤추기 좋아하며,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고와 차림을 한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래퍼는 조선일보 1927년 6월 26일자에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다. "…단발한 묘령의 미인을 플래퍼로 불렀다…묘령의 여자가 의복, 화장 등 외화(外華)에만 주의하고 인생 생활을 살 책임을 조금도 돌아보지 아니한다는 말이다."
196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교복 치마를 짧게 입고 머리 모양도 남과 다르게 해 눈에 띄게 하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후랏바'라는 속어로 부르던 것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이 말이 바로 첨단의 유행을 좇고 소비적이며, '보이시'한 외모와 신체로 정의된 플래퍼를 일본식 발음으로 부른 것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요즈음 젊은 가수들의 옷차림이나 춤이 지나치게 선정적임을 걱정하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나오고 있다. 1920년대의 플래퍼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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