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自由/만화.그림.

[40] 인간가족展

好學 2011. 1. 23. 20:34

[40] 인간가족展

 

 

관람객을 끌고자 하는 블록버스터전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열리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처럼 전시가 많지 않았던 1950년대에 이미 국내에서 30만명이라는 관객을 끌어모은 전시가 있었다. 바로 1957년 4월 경복궁미술관에서 열렸던 '인간가족전'이다. 이 전시는 본래 뉴욕 근대미술관의 사진부 부장이었던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1955년 근대미술관의 개관 25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전시였다. 스타이켄은 인간의 탄생·사랑·가족·장례 등 다양한 인종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약 68개국의 나라에서 찍은 500여점의 리얼리즘 작품들을 모아 전시했다. 인간은 한가족이라는 이 주제는 2차대전과 그 후의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경험하던 당시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현실보다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순수성을 깨닫게 하는 전시였다.

인간가족展
이 '인간가족전'을 돋보이게 했던 큰 요인은 전시 디스플레이였다. 스타이켄과 전시 디자이너 폴 루돌프는 작가 개인의 시각보다 전시의 주제에 맞춰 작품을 선정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사진을 잘라내거나 확대하고, 극적인 조명과 투명한 벽면 설치 등으로 그때까지 보지 못하던 획기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예술적 가치보다는 대중적 미디어로서의 사진의 역할이 강조된 이 전시는 뉴욕에서만 25만의 관객이 보러 왔고, 미국 공보처의 후원으로 87개국을 순회하면서 800만이라는 경이적인 관람객 수를 기록하였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이 전시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롤랑 바르트는 감상적인 전시로 정치적인 현실을 외면하게 한다고 비난했다. 가장 많이 제기된 비판은 미술관이 예술적이거나 실험적인 작품을 외면하고 대중성을 우선했다는 점이었다. 미술관 전시의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