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自由/만화.그림.

[37] 나치, 소련, 그리고 피카소

好學 2010. 12. 4. 22:00

[37] 나치, 소련, 그리고 피카소

 

 

1937년, 유럽은 독재와 억압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이탈리아는 무솔리니가, 소련은 스탈린이 정권을 잡았으며 스페인은 공화정부가 프랑코 군대의 공격을 받고 내전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정식명칭은 '근대적 삶의 미술과 기술의 만국박람회'였다)는 평화스러운 공존과 상호 협조의 슬로건을 내걸었으나 '평화'와는 동떨어진 유럽 열강의 문화 정치판이 되어버렸다.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 왼쪽이 독일, 오른쪽이 소련관이다.

가장 극적인 대치는 서로 마주보게 위치한 소련관과 독일관이었다. 소련의 최고 건축가 보리스 이오판의 건축물 위에는 새로운 영웅으로 등장한, 높이가 6층 건물 정도의 공장 노동자와 집단농장 소녀가 낫과 망치를 들고 전진하는 강철 조각이 세워졌다. 독일관의 건축가이자 히틀러의 수석 참모였던 알베르트 슈피어는 그의 회고록 '제3제국의 중심'에서 소련관의 스케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소련의 조각이 독일에 대한 침범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대해 그가 세운 수직으로 곧게 올라간 직사각형 건축은 소련의 전진을 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건물 꼭대기에서는 나치를 상징하는 스와스티카 위에 앉은 독수리가 소련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국가관 사이에 에펠탑이 보였다.

스페인관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정치적 분노와 항거가 표현되고 있었다. 프랑코를 지원하는 히틀러의 독일 비행기들이 그에 반대하는 바스크의 작은 도시 게르니카에 폭탄을 퍼부은 사건에 대해, 분개한 피카소가 그린 가로 8m 정도의 대작 '게르니카'가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죽거나 죽어가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엉켜 있는 참담한 이 작품을 보고 나치 장교는 피카소에게 "당신이 했느냐"고 물었다. 피카소는 "아니오, 당신들이 한 것이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1937년의 만국박람회는 유럽에서 열린 마지막 박람회가 되었다. 2년 후 대부분의 국가는 전대미문의 처참한 살상으로 기억되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끌려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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