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自由/만화.그림.

[32] '수태고지'와 '방문'

好學 2010. 11. 13. 21:50

 

[32] '수태고지'와 '방문'

 

 

 

인간이 만든 가장 경이로운 건축물의 하나는 고딕 성당이다. 하늘을 찌르듯 치솟아 올라가는 고딕 성당의 높이와 규모는 기하학을 바탕으로 하는 중세 건축가들의 새로운 공법이 뒷받침되어 가능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신비로운 광선과 높은 천장, 광대한 실내 공간은 무지와 박해, 그리고 전쟁이 일상사였던 당시에 인간들이 천국을 동경하던 정신적 갈망을 상징한다.

고딕 성당이 가장 번성했던 곳은 프랑스였다. 프랑스에서는 1180년에서부터 1290년까지 약 80여개의 성당이 지어졌다고 한다. 주로 도시에 지어진 이 성당들은 수도원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지만 교회 또는 성직자의 부와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수태고지'(왼쪽)와‘방문’.
파리 동북부에 위치한 랭스(Reims)시에 있는 랭스대성당(1220~1269)은 고딕 성당건축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십 년에 걸쳐서 완성된 이 성당은 그때까지 지어진 성당들보다 높고(81m), 길며, 벽면의 면적을 줄여 창을 훨씬 많이 내었다. 이 성당의 압권은 전면(파사드)에 빈틈없이 장식된 수많은 조각이다.

특히 사람들이 드나드는 서쪽 문 옆에는 유명한 '수태고지(受胎告知)'와 '방문'의 조각이 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아기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하는 '수태고지', 마리아가 세례 요한의 어머니가 될 사촌 엘리자베스를 방문하고 서로의 임신사실을 알리는 '방문'은 마치 서로 대화를 나누듯 마주 보게 배치되었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 솜씨는 각각 달라 여러 조각가가 한두 점씩 맡아 작업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은 머리와 긴 다리, 날씬한 몸을 가진 우아한 천사, 그보다 좀 더 단순하게 표현된 마리아에 비해 '방문'의 마리아와 엘리자베스는 조용하고 점잖으며 무게감이 있다. '방문'의 조각들은 고대 로마 조각을 연상시켜 이미 고전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음을 보인다.

 

'好學의 自由 > 만화.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 무카의 포스터  (0) 2010.11.13
[33] 카라바조  (0) 2010.11.13
[31] 오리엔탈리즘 회화  (0) 2010.11.13
[30]보치오니와 미래주의  (0) 2010.11.12
[29] 독립문과 개선문  (0) 201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