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성당이 가장 번성했던 곳은 프랑스였다. 프랑스에서는 1180년에서부터 1290년까지 약 80여개의 성당이 지어졌다고 한다. 주로 도시에 지어진 이 성당들은 수도원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기도 했지만 교회 또는 성직자의 부와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 ▲ '수태고지'(왼쪽)와‘방문’.
특히 사람들이 드나드는 서쪽 문 옆에는 유명한 '수태고지(受胎告知)'와 '방문'의 조각이 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아기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하는 '수태고지', 마리아가 세례 요한의 어머니가 될 사촌 엘리자베스를 방문하고 서로의 임신사실을 알리는 '방문'은 마치 서로 대화를 나누듯 마주 보게 배치되었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 솜씨는 각각 달라 여러 조각가가 한두 점씩 맡아 작업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은 머리와 긴 다리, 날씬한 몸을 가진 우아한 천사, 그보다 좀 더 단순하게 표현된 마리아에 비해 '방문'의 마리아와 엘리자베스는 조용하고 점잖으며 무게감이 있다. '방문'의 조각들은 고대 로마 조각을 연상시켜 이미 고전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음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