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사람)인생 이야기

동이, 최대의 수혜자와 최대의 피해자는 누구?

好學 2010. 8. 30. 21:32

 

동이, 최대의 수혜자와 최대의 피해자는 누구?

 

 

 

총 50부작(물론 10부 정도의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으로 기획된 동이가 벌써 47회에 접어들고 있다. 꾸준히 동이를 시청해오고 있지만 포스팅은 초창기 딱 한 번 밖에 한 적이 없었는데, 동이가 끝나기 전에 한 번쯤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포스팅을 결심하게 되었다.

 

'동이'에 기대를 많이 했었고, 또 꾸준히 보고 있지만, 예전 이병훈 PD의 작품들에 비해 확실히 힘이 달리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취약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스토리의 힘보다는 '캐릭터의 힘'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다음 회차가 궁금해 계속 드라마를 시청하고는 있지만, "아! 이 캐릭터 정말 멋지다!" 혹은 "매력적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가 딱히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대의 피해자들은 그만큼 기대를 하고 이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최대의 수혜자부터 피해자까지 순위를 꼽아보았다.

 

** 최대의 수혜자 - 인현왕후 '박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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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동이'의 최대의 수혜자는 드라마 시작 전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현왕후 박하선이다. 동이-장희빈의 구도에서 들러리 정도의 역할이었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 연기자를 기용했을 터였다. 그런데 단아하고 선해 보이면서도 강인한 중전의 면모까지 소화하며 미친 존재감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다. 몇 컷 등장하지 않는 씬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알리며 추후 주목해야 할 스타로 떠오른 박하선. 속속들이 차기작이 내정되어 있는 그녀가 '동이'의 최대 수혜자임을 부인할 수 없겠다.

 

** 수혜자 - 숙종 '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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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동이'를 통해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 숙종이 아닐까 싶다. 절대 임금으로써는 볼 수 없었던 코믹하고 재미있는 면모를 보임으로써 '깨방정 숙종'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호감도 급상승 중이다. 지진희의 '숙종'은 대장금에서 느껴졌었던 진지한 바른 생활 사나이의 모습과 결못남에서 느껴졌던 어설프고 코믹한 모습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사극에서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려질 왕이 몇이나 될런지.. '동이'는 지진희라는 연기자가 본인의 역량을 훌륭하게 발산할 수 있는 드라마로, 그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수혜자가 될 뻔 - 장희빈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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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 초창기만 해도 제작진들은 '장희빈'이 기존의 장희빈과 차별화된 캐릭터로 그려지리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렇게 보였다. '이소연'이 등장했었다는 '천사의 유혹'을 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새롭게 이소연이라는 배우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녀의 화려한 미모와 강약을 조절하는 연기력 등으로 장희빈은 꽤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드라마가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이소연의 캐릭터를 빛을 잃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것을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소연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한몫 했을지 몰라도 잊히지 않는 '장희빈' 캐릭터로 남는 데는 실패한 듯 보인다.

 

** 피해자에 가까운 - 동이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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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효주가 무명이거나 신인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동이 이전까지의 한효주의 이미지는 '찬란한 유산'을 통해 상한가를 달리고 있었다. 물론 '찬란한 유산'과 비슷한 캐릭터로 편하게 가려는 것이 아니라 사극이라는 어려운 도전을 했다는 것에, 한효주의 배우로써 의지가 엿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타이틀롤을 맡길 만큼의 역량은 없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결론이었으며,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슈퍼 동이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 역시 계속되는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드라마가 종반에 다다르면서 그녀는 한층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에게서 발전 가능성은 엿보이지만, '동이'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 피해자 - 서용기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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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정진영은 이미 연기력과 포스를 충분히 검증받는 영화배우라 생각한다. 아직도 정진영을 볼 때면 '왕의 남자'에서의 광기 어린 모습이 떠오르고, 전작 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는 '유리왕'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느끼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왕'의 역할을 했어도 부족함이 없을 배우인데 그가 맡은 역할이 일개(?) 종사관이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종사관의 역할이 분명했던 '동이'의 초기에는 그런 걱정이 별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존재감을 잃고 동이와 숙종의 부름에 왔다갔다하는 정도의 조연으로만 등장하고 있으니.... 역량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이 매 회 볼 때마다 아깝게 느껴지는 배우이다.   

 

** 그 외의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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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터진 최철호의 폭행사건으로 소리소문없이 존재감이 사라진 홍태윤(손일권), 설희(김혜진), 그리고 연기력 논란으로 호되게 시달렸던 유상궁(임성민) 등이 있다. 또한, 타 사극에서는 감초 역할들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거나 뜨곤 했었는데 등장할 때마다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감초 연기 중인 황주식(이희도), 영달(이광수), 오태풍(이계인), 오호양(여호민) 등도 캐릭터의 피해자라고 생각된다.

 

** 최대의 피해자 - 차천수 '배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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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누구도 배수빈만큼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초기만 해도 '차천수' 역할은 '비담'의 빈자리를 채울 역할이라며 언론에서도 배수빈을 많이 띄우곤 했었다. 그렇듯 주인공 중에 한 사람으로 드라마 오프닝에도 등장하건만, 시일이 지날수록 조연만큼의 존재감도 없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입장이다. 타 드라마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않아도 훈남, 꽃중년으로 기억되는 배우도 많을진대, 점점 잊혀가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으니 본인은 얼마나 속이 탈까.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가장 초라하게 퇴장하게 될 배수빈, 천사의 유혹으로 쌓았던 입지가 무참히 흔들리는 중이다.